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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요세미티 공원에 가도 감동이 없는 이유

한 미국 이민자의 편린 시리즈 48

인간들이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가도 별 감동이 없는 이유는 이러하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아담과 이브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브로콜리, 양배추, 시금치 등의 갖가지 채소와 밀, 수수, 쌀 등의 곡식으로 이 땅을 채워주셨다.  

잠시 후 사탄이 나타나 밀에서 하얀 밀가루를 뽑고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막 뽑아 기름이 촬촬 흐르는 크림 도넛을 만들었다. 사탄이 아담에게 물었다.

“도넛에 초콜릿도 좀 덮어줄까?”

아담이 대답했다.

“좋습니다.”

이브는 한술 더 떴다.

“제 도넛에는 생크림도 얹어주세요.”  

그리고 아담과 이브의 몸무게는 5킬로그램이 늘어났다. 사탄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하나님은 이브가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이렇게 말씀하셨다.

“신선한 녹색 샐러드를 먹도록 해라.”

사탄은 다시 잽싸게 샐러드에 사우 전트 아일랜드 드레싱, 버터에 구운 빵 조각 그리고 마늘빵을 보탰다. 아담과 이브는 식사가  끝나면 허리띠를 풀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자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그럼 신선한 채소를  조리하는 데 사용하라고 올리브기름을 주겠다. 올리브기름은 너희의 심장에도 좋을 것이다.”

사탄은 올리브기름으로 빵가루를 입혀서 튀긴 생선과 닭 가슴살 요리를 해주었다. 아담은 계속 살이 쪘고, 콜레스테롤 수치는 끝없이 높아져만 갔다.  

하나님은 달리기를 해서 살을 빼도록 운동화를 만드셨다. 그러자 사탄은 인간들에게 케이블 TV를 설치해주고 리모컨을  가져다주었다. 이제 더 이상은 TV 채널을 돌리려고 자리에서 일어날 필요가 없어졌다. 아담과 이브는 TV 화면 앞에 앉아 웃고 울었고, 그들의 몸은 계속 불어만 갔다.  

하나님께서는 또 감자를 창조해 주셨다. 감자는 지방이 적고 영양이 풍부했다. 그러자 사탄은 감자에서 건강에 이로운 껍질은 벗겨내고 알맹이만 막대기 모양으로 잘라서 기름에 튀겨 주었다. 감자튀김을 먹은 아담과 이브의 몸무게는 더더욱 늘어났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고기를 창조해 주셨다. 사람들이 칼로리는 적게 섭취하면서도 식욕은 채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사탄은 맥도널드의 치즈버거와 빅맥을 고안해 냈다. 그리고 아담과 이브에게 물었다. 

“감자튀김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

그러자 아담은 대답했다.

“그래요? 기왕이면 라지 사이즈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탄은 훌륭한 생각이라고 칭찬해 주고 아담의 청대로 해주었다. 아담은 심장마비로 고통을 겪었다.  

하나님은 한숨을 내쉬고 나서 병을 고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 내셨다. 그러자 사탄은 감기나 배탈 정도 말고는 처리가 되지 않는 건강보험을 만들었다. 

거대한 몸집으로 변한 인간은

하루는 요세미티의 숲 속으로 갔다.  

눈앞에 펼쳐지는 엄청난 절경의 감동이 인간의 눈엔 하나도 차지 못했다.

그냥

뭔가 불만스러웠다.

인간은 이렇게 스스로

사탄의 제안을 매번 자의로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되면

요세미티 같은 아름다운 곳을 창조한 하나님만 원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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