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ssam May 17. 2016

[역마살과 여행 의지ㅡ남쪽편 01]

서울에서 6시간을 달려 김해 도착


2016/5/4 ~ 2016/5/6


"열심히 일한 자여 떠나라!"


광고 카피를 떠올리며

기다려온 연휴


시험기간만 되면 주말 보충수업으로

2,3주는 쉬는 날이 없는 엄마와

공부를 해도 스트레스 안 해도 스트레스를 받는

녀석에게 잠시나마 힐링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어버이날이 끼어 있는 연휴라

늘 부모님께 가던 일정을

서운해하실까 미리 양해를 구하고

녀석과의 여행을 계획했다


이렇게 한 번씩 바람을 쐬지 않으면

딱히 내색은 안 하지만

스트레스와 짜증이 늘어 녀석의 얼굴빛은 점점 어두워진다


어려서부터 여기저기 이집저집 데리고 다녀서인지 워낙 천성이 그런지 몰라도

다행히 녀석은 아무데서나 잘 자고 아무거나 잘 먹는 편이다


바리바리 짐을 싸는 나에 비해

녀석의 짐은 늘 단출하다

잘 안 씻고 양말을 이틀씩 신는 게

영 맘에 들진 않지만

나는 가끔씩 녀석이 나보다 훨씬 좋은 여행자라는 생각을 한다


이번 여행은

김해에 있는 친구 집에서 머무르기로 계획하고 미리 연락을 취해 두었다

너무 멀어서 일 년에 한번 보기도 쉽지 않은 친구라 늘 반겨주고 챙겨주니

갈 때마다 고맙고 미안하다


그 집에는 녀석보다 한 살 많은 언니와

두 살 어린 동생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언니랑 붙어 다니더니 중학생이 되면서 새침해진 언니가 어려웠던 녀석은

이제 동생과 더 잘 통하는 사이가 되었다

어쨌든 외동이인 녀석에게는 만날 때마다 좋은 기억들을 한아름씩 안겨준 예쁜 자매들이다




내가 일을 마치고 가야 해서

우리는 9시가 되어서야 겨우 출발을 했다

고양이 두 마리까지 잘 단속해놓고 가야 하니 늘 출발시간이 늦어진다


연휴의 시작이라 김해 도착 예정 시간은 3시 정도 6시간의 긴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나는 녀석에게 미리 차 안에서 들을 음악을 준비하라고 미션을 주었다

차에 타자마자 녀석은 USB를 연결하고 음악을 틀었다

라디오는 서로 취향이 안 맞아 못 듣고 늘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던 녀석과

나는 오래전 그랬듯이 함께 음악을 듣고 싶었다

음악을 듣는 내내 엄마를 배려한 흔적이 여기저기서 느껴진다

"시간이 모자라서 악동뮤지션의 신곡을 못 넣었어~ 나중에 꼭 들어봐~"

"응~"


"엄마는 이번 여행 목표가 있는데 너도 정해봐"

"꼭 그런 걸 정해야 해?"

"그냥 재밌잖아~"

"엄마는 뭔데?"

"1) 뚱이랑 멋진 셀카 찍기

 2)뚱이가 좋아하는 노래 같이 듣기

 3) 시험 얘기하지 않기

 4) 사랑한다고 많이 말해주기"

"그게 뭐야~~"

"너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기, 안 싸우기"

"으이그~ 좀 진지해봐라"

"왜? 나는 그게 목표야~"

그래도 녀석은 흥얼거리며 기분이 좋다


서울을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저녁을 못 먹은 우리는 배가 고파 휴게소에 들러 간단히 먹기로 했다

나는 우동, 녀석은 햄버거로 배를 채우고 서둘러 다시 출발했는데 예정시간에서 30분이 훌쩍 지나버렸다

혹시나 기다릴까 친구에겐 자고 있으라고 연락을 하고 열심히 고속도로를 달렸다


녀석이 불쑥 얘길 던진다

"나는 고등학교 수능시험 끝나면 여행 갈 거야~"

"어디로?"

"그건 아직 안정했어~ 한 한 달쯤?"

"그렇게 길게 가려고? 그럼 돈 많이 모아야겠네?"

"그런가? 얼마나 필요한데?"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가까운 곳이라도 한 달씩 가려면 많이 필요하지"

"그래도 갈래~"

"그래~ 그럼 용돈 열심히 모아~"

잠시 조용하던 녀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한 달에 만원씩 모으면 일 년에 12만 원 3년이면 36만 원 밖에 안되는데?"

"ㅎㅎㅎ 그걸로는 비행기표도 못 사겠다"

"힝~~~"

"근데 누구랑 가려고? 혼자?"

"몰라~ 그것도 안정했어~

엄마랑 갈까?"

"남자 친구랑 간다고만 안 해도 다행이지~ 엄마랑 가려고? 그럼 돈을 두배로 모아야겠네?^^"

농담으로 받았지만 녀석의 제안이 내심 기분 좋은 나였다


오랜만에 얘기도 하고 음악도 듣고

둘 다 올빼미족인 것이 이럴 때는 도움이 된다

물론 돌아올 때가 되면 녀석은 올라가는 내내 자버릴 것이 눈에 선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나는 고맙고 행복했다


도착할 즈음 녀석이 한마디 한다

"그래도 내가 안 자고 있어서 엄마도 덜 힘들게 왔지?"

"그래~ 엄청 고마워~ 딸!"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372km를 달려 도착한 김해

다시 돌아갈 걱정은 잠시 묻어두고

무사히 왔으니 됐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도착 후 녀석은 바로 잠자리에 들고

나는 친구와 잠시 얘길 나누다 잠이 들었다


낯선 곳에서의 잠자리는

늘 조금의 불편함과 함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번여행 마음껏 쉬다 가고 싶다




※버스커버스커ㅡ잘할걸

https://youtu.be/-0RgbACA4iY




글, 사진: kossam

다음 편에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역마살과 여행 의지 ㅡ 도쿄편 0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