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념무상의 힐링
김해에서 하루가 시작되었지만
누구도 일어날 생각이 없는 아침
손님도 주인도 마음먹고 하루종일도 잘 기세들이다
녀석들은 중간시험 끝에
엄마들은 쉼없는 돈벌이 중에
꿀처럼 찾아온 휴일이다
진심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은
그런다고 누구도 뭐라하지 않는
그런 날이다
이런 날이 얼마만이던가 싶었다
맘속을 어지럽히던 여러가지 걱정덩어리들도 모두 서울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잊어버리고
아무 생각없이 쉬다 가련다
나는 오늘 하루동안녀석에게
일어나라는 말도
씻으란 말도
밥먹으란 말도
그 어떤 잔소리도 안할 생각이다
중딩의 특권이자 특징인
게으름을 몸소 체험해보는것도 의미있는 일일테니
문득,
집에서는 왜 이렇게 못하는걸까
의문이 든다ㅜㅜ
집에서는 휴일이면 점심도 거르고 자는 녀석이 이모가 끓인 육개장 냄새에 밥상앞에 앉는다
솜씨좋은 이모 음식에 밥한공기 뚝딱 해치우고 잘먹는다는 칭찬도 한그릇 배불리 먹은 녀석이다
거실에 엄마들도 한껏 게으름 중이다
밥값으로 나는 설겆이만 얼른 해놓고
친구랑 둘이 소파에 앉아 프렌즈팝 삼매경에 빠진다
믹스커피 한 잔에
서로 사이좋게 하트도 나눠가지고
아이들처럼
유치하기 짝이없는 게임얘기로
한 낮을 즐긴다
이런게 진정 힐링인가
그런 생각마저 드는 편안함이다
뒹굴거리던 녀석이 슬쩍 운을 띄워본다
"엄마, 오늘은 어디 안가?"
"응~ 왜? 나가고 싶어?"
"응~~~"
친구가 눈치채고 얼른 받아준다
"이모가 용돈 줄테니 민주랑 시내 나갔다 올래?"
녀석은 내 눈치를 본다
"뚱이는 좋겠네~"
녀석 덕분에 그집 중딩도 신이났다
"수학여행 갈때 입을 반바지 하나씩만 사와~ 알았지?"
"네~~"
녀석들이 돌아오면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하고 엄마들은 게으름의 절정인 오수에 빠져든다
녀석들은 얼마나 걸었는지 몇 시간만에
다리가 아프다며 돌아와 쇼핑한걸 내어놓는다
반바지 하나 티셔츠 하나
다리품 팔아 득템한 것들이 제법 괜찮아 보인다
돈계산도 해가며 사고싶은걸 다 살수 없으니 자제도 해가며 고르고 또 고르고
엄마없이 물건을 살 때는
거기서 책임감과 절제력을 배우니
녀석은 오늘 또 한뼘 컸으리라
저녁은 고등학생 큰딸이 절대 양보할수 없다며 고집을 부려 결국 소고기로 메뉴를 정했다
덕분에 일년에 한두번 먹을까 말까한 소고기까지 배불리 먹고
녀석에겐 아주 만족스런 하루다
구워지는 고기 앞에 셋이 쪼롬히
젓가락을 들고 앉아있는 녀석들은
마치 엄마새 앞에서 입을 벌려 기다리는
참새새끼들 같았다
배불리 먹은 녀석들은 먼저 집으로 올라가고
나는 친구가 좋아하는
좋은데이 한병으로 그동안 쌓인 회포를 푼다
아이들 진로 얘기부터
먹고사는 얘기, 옛날 얘기,
그저 살아가는 얘기들로
우리가 왜 만났는지를 마음으로
느끼는 시간
이렇게 같이 울어주고 같이 웃어줄 친구가 있으니 먼 길 마다 않고 달려온게지
그때야 알았다
나는 그렇게
몸이 아니라 마음을 쉬러 온 것이었다
그렇게 밤이 저문다
내일은 녀석과의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다음편에 계속...
글, 사진: koss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