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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Jun 16. 2016

[역마살과 여행 의지 ㅡ 남쪽편 03]

부산 자갈치시장 & 남포동


아침부터 녀석들은 외출 준비로 분주하다

오늘 목적지는 녀석이 정한 장소

부산 남포동이다


나는 김해에 몇 번 내려갔지만

경전철을 타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엔 경전철을 타고 가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보슬비가 내려 우산이 짐이 될까 싶어

차를 가져갈까 잠시 망설였지만

우리는 결국 뚜벅이로 경전철을 탔다


경전철역은 일본 지하철역과 흡사한 모습에

티켓을 사는 기계도 방식도 일본과 비슷했다

겨우 두 칸짜리 열차에 사람이 꽤 많았다

인제대 역에서 사상역까지 약 이십 분 정도


비 오는 날 경전철은

제법 예쁜 그림이 되었다



사상역에서 자갈치시장까지는

버스를 타야 했는데 연휴라 사람도 많고 차도 많이 막혔다

녀석이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파

살짝 짜증을 낼 즈음 다행히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일단 점심부터 먹기로 하고

회센터로 이동해서 횟감을 고르고

녀석이 꼭 매운탕을 먹고 싶다 해서

우리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아이고 이 녀석들

맛나게 잘도 먹는다


많이 먹고 쑥쑥 커라



매운탕에 공깃밥까지 배불리 먹고

우린 남포동으로 향했다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사람도 사람도 어찌나 많은지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 명동은 저리 가라 할 만큼

북적였다


유명한 맛집은 다 가보기로 하고

호기롭게 들어섰지만

첫 번째 씨앗호떡집부터 줄이 너무 길어 포기~~^^;;;


일단 런닝맨에 나왔다는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

골목 가운데로 번호를 붙여 늘어선 수십 개의 노점에서는

떡볶이와 부침개, 납작 만두 등 똑같은 메뉴의 분식을 팔고 있었다


그중 69번 집!!!

런닝맨에 나왔다는 이유로

녀석은 69번 집을 선택했다

떡볶이 하나 부침개 하나

그러나 맛은~~~?

솔직히 그리 기억에 남을 만한 맛은 아니었다ㅡ.ㅡ;;;



골목을 따라 줄지어 있는

옷가게도 구경하면서

사람들 물결따라 쭈욱 걸었다


그러다 다리도 쉴 겸 작은 우리는 카페에 들어갔다

음료수 하나씩 시켜놓고

쉬고 있는데

녀석이 느닷없이 사진을 찍어달랜다


나는 이게 웬 떡이냐 싶어

얼른 따라나섰다

실은 더 예쁜 카페 거리로 가고 싶다던 녀석은 사진을 찍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중학생 된 후론 사진 찍히는걸 싫어해서 파파라치 맘이 된 내게는 더없이 반가운 선물이었다


"엄마~ 유럽에 온 것처럼 찍어줘~"

"ㅋㅋㅋ 그러고 싶은데 사방에 연등이 걸려있어서 힘들겠어~""

"엥? 그러네~~ 걍 찍어줘~"

"이담에 엄마랑 유럽에도 꼭 가자~"

엄마랑 가주려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던져본다


요리조리 따라다니며 몇 컷 찍는데

부끄러운지 두볼이 빨개졌다

"얼른 찍어~~"


자주 이런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기분이 업된 녀석을 보니

덩달아 나도 신이 난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종각집

50년 전통 우동집이란다


그전에 이것저것 먹은 뒤라

넷이서 새우튀김 국수 두 개를 시켰다

조그마한 새우튀김 두 개에 그냥 보통 우동이다

자리가 없을 만큼 엄청 유명한 곳이라는데 맛이 엄청 특별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녀석들이 가보자는 곳은

다 들렀으니 미션 완료!

이제 돌아갈 일만 남았다



이번엔 사상역까지 택시로 이동해서

다시 경전철을 탔다


짧은 부산 남포동 탐방은

기분 좋은 녀석의 황당 애교로 웃으며 마무리했다


녀석과 눈 맞추고 웃을 시간이 생겼으니

나는 그걸로 충분했다



부산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뿌듯한 마음으로 뒹굴뒹굴 누워 쉬는데

슬슬 또 배가 고플 시간이다


먹방 하이라이트 저녁 메뉴는

친구가 자신 있게 추천한 매운 바비큐 치킨!!!


눈물 찔끔거리며 녀석은 끝까지 자리를 뜨질 않는다

매운 양념에 밥을 비벼먹으니 금상첨화!

배불 배불 뒹굴뒹굴~~~



김해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어간다


또 기약 없는 이별이지만

나는 믿는다


우리가 좋은 인연임을


이렇게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

힘이 된다는 것을


때론 가족보다 친구가

더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고마워


건강하게

다시 만나자



글, 사진: kos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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