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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Sep 10. 2015

[삐딱이 엄마]

성장통 #part8


몸이 안 좋아 며칠 미뤄둔 일들이

꼬박 열세시간만에 끝났다


낼부터 2박 3일

수련회 가는 딸아이 얼굴도

열한 시가 돼서야 처음 보고

한마디 한다는 게

"짐은 다 쌌어?"

"아니? 아직 하나도 안 쌌는데?"

하루 종일 쌓였던 스트레스가

더 참지 못하고 슬슬 올라왔다


"지금 몇 신데 아직 안 싸고 있어?"

"엄마가 싸줄 거 아닌데 무슨 상관이야?"

"미리 싸 두면 큰일이라도 나니?"

갑자기 찬바람이 쌩 불었다


그냥 잘 넘겨봐야지 하고 있는데

"근데, 내일 도시락 싸야 된대"

"뭐?"

결국 터지고 말았다

"그걸 이제 말하는 거야?"

"깜박했"

"그런 걸 어떻게 깜박해?

지금 이 시간에 어떡하라고?"

"싸주기 싫으면 관둬! 편의점 가서 사먹으면 돼!"


마음과는 다른 말들이 자꾸만 튀어나왔다

"엄마가 언제 해주기 싫다고 했어?

잘했다고 큰소리야?"

"그럼 그냥 해주든가!!!"

"시끄러! 들어가서 짐이나 싸!"


그냥 사먹으라 할까

짐이고 도시락이고 무시하고 자버릴까

며칠 전 학부모 모임에서 어떤 분이 한 말까지 떠올랐다

"정말 상관하지 말아야 해요.

그래야 엄마 스스로 힘들지 않아요."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할 수 없는 일처럼 생각됐다


나는 역시 부족한 인간이다

괘씸한 것보다 미안한 게 더 컸으면서

나는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그냥 이 피곤한 상황이 싫었던게지

그게 뭐 그리 큰 잘못이라고

아침 되면 결국 도시락 만들고 있을 거면서

며칠 떨어져 있어야 하니

눈 맞추고 재미있게 잘 다녀오라고

얘기하고 싶었으면서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고 다짐하고 싶었으면서


솔직하지 못한 삐딱이 엄마

집에서  소리가 나면

냥이 두 마리도 슬슬 눈치를 보다

조용히 사라지고

집안 가득 적막함이 느껴진다


'가기 전에 미안하다고 얘기할 수 있으려...

다녀오면 꼭 안아줄 수 있으려...

잠이 오려...'





[마음에 없는 소리]


반갑다고  말하려다
왜 이제 왔냐 묻습니다

미안하다 말 못하고
네 탓이라 핑계를 댑니다

고맙다고  말하려다
다 알겠지 입을 꾹 다뭅니다

서운하다 말 못하고
괜찮다며 돌아섭니다

마음에는 없는 소리
입술과는 다른 마음

마음으로 하는 소리
입술로도 전해지길

사랑한다 말 못하고
가슴에 넘쳐 눈물이 됩니다


, 사진: kos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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