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떠나기 D-1
내기억엔
한번도 이런적이 없었는데
녀석과 떠나는 여행앞에
무계획이라니ㅡ.ㅡ;;;
한달전 플라잉윙즈라는 앱 알림을 받고
아무 생각없이 티켓만 덜컥 예매하고는
오늘까지 무슨정신으로 살았는지
어느새 하루전이다
9시까지 빡빡한 일상속에
분초를 다투다가
집에 도착한뒤
넋이 나간듯 잠시 멍해졌다
이틀전 녀석에게
어디를 가고싶은지
뭘 먹고싶은지
생각해놓으라고
무책임한 한마디 던져놓고
"우리 이번엔 그냥 편하게 다녀오자~"
"싫어~ 힘들게 다니자~"
"에? 무슨 말이야~"
"ㅋㅋㅋ"
'숙박이랑 석식만 제공~'
친구에게서 톡이 왔다
'귀찮게 안할테니 토욜에만 놀아주라~'
'오케이~'
친구집에 묵을 예정이라
다행히 숙소는 해결!
나의 여행은 늘 이런식이다
두 모녀 재워준다는 곳만 있으면
어디든 달려가는
그래도 귀찮을텐데
그리 흔쾌히 받아주는 친구가 있으니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도 이번처럼
아무준비도 못한건 첨이라
하루전인 오늘에서야
부랴부랴 차도 렌트하고
카메라도 충전하고
냥이들 챙겨줄 엄마한테 문자넣고
짐도 열시가 되어서야 겨우 쌌다
늦은밤 지인들한테서 톡이 온다
제주에 녀석과 갈만한 곳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친절한 몇몇은 아직 일정도 못짰냐며 감사하게도 신경을 써준다
6년만에 가는 제주
유명한 절경들은 2010년 싹 돌아봤고
녀석은 산이나 올레길은 싫어할테니
이번엔 예쁜 카페거리가 있는
해안도로쪽이나 영화ᆞ드라마 촬영지들
녀석이 좋아할만한 곳으로 찾아볼 생각이다
녀석과 함께 자전거를 타거나
손 잡고 아무 바닷가를 걸어다녀도
그저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할거라 믿는다
입시준비로 맘고생이 심했던 녀석에게도
많이 먹고 많이 보고
많이 웃을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일년동안 나를 괴롭혀오던
몇가지 힘든 결정들이
11월에 들어서면서
하나씩 하나씩 결론을 지어가고
물론 앞으로가 더 걱정이지만
이번 여행동안은
마음편히 쉬다가 올 수 있을것 같다
무엇이든 선택에는 양면이 존재한다
얻는것도 있고 잃는것도 있겠지만
나는 내가한 선택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후회는 자신을 책망하는 일이다
내 선택에 후회를 하며 살았다면
나는 아마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실수투성이인 나에게
이것은 자기합리화와는 다른 것이다
후회한다고 다시 돌아갈 수는 없으니
여기 내가 서있는 곳에서
최선의 방법도 대책도 찾아야 한다
이런 생각은
사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겐
꼭 필요한 것이다
주저앉아 지난일을 후회하고
우울한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내 아이가 불행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글을쓰다 D-day가 되어버렸다
일정도 안짜고 잠도 안자고
주절주절 어디까지 가려는지
여기서 마무리 해야겠다
내가 나에게 주는 휴식이니
그리고 그 다음 문제는
다녀와서 다시 하나씩 풀어내면 되니까!
계획이 없는 여행은 처음이지만
걱정이 하나도 안되고
오히려 더 마음이 설레인다
처진달팽이ㅡ말하는 대로 [출처: 유튜브]
글,사진: koss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