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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Nov 22. 2016

[역마살과 여행 의지 : 제주편 02]

무작정 떠나기: 칠돈가 / 리치망고

2016. 11. 17.


제주항공

출발 시각  1시 50분


계양역 공영주차장

일요일 오전까지

14000원(경차 50% 1일 3500원)을

선불로 내고

지하철로 한정거장 이동하면

김포공항이다


※계양역 공영주차장




녀석이 미성년자인걸 생각 못하고

국내여행이라고 아무 준비 없이 티켓팅을 하는데

등본이나 여권, 의료보험증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출발 시간이 촉박하니 이번만 그냥 해준다며 다음엔 꼭 준비해오라고~^^;;;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어주고 다행히 무사통과

시작부터 어리바리 모녀다


배낭을 하나씩 메고

기내용 캐리어 하나


무작정 떠나는 제주여행

첫째 날,


싱글벙글 이 녀석은

비행기만 타면 해피하다

주섬주섬 손가방을 뒤지더니

"비행기타고 이어폰으로 음악듣는게 소원이었어~"

"별게 다 소원이다~ 축하해! 소원성취했네~"

녀석! 이럴땐 여전히 귀엽다~





내리는데 하늘이 잔뜩 찌푸렸다

어딜 가나 비를 몰고 다니는 나다

"엄마 때문이야!"

녀석이 징징거린다

'그래도 제주니까 괜찮을 거야'

말은 못 하고 속으로 바라본다


하루 전날 급하게 검색해서 예약한 곳은 '아이러브렌터카'

3시 30분 렌터카 셔틀을 타고

공항을 끼고 빙 돌아 공항 뒤쪽에 위치한 사무실에 도착

이동 거리가 좀 있어서 저렴한가 보다


액센트가 경차보다 싸다고 해서

일반 자차보험 포함한 금액 41500원!


토요일은 친구 차로 다닐 거라 하루만 쓰기로 하고 금요일 8시까지 렌트를 했다






점심을 놓치고 왔더니

녀석은 차에 타자마자 배가 고프다고 난리다


어차피 계획도 없이 왔는데

밥부터 먹자

오면서 검색한 포스팅 중에

흑돼지 연탄구이 사진이 젤 먼저 눈에 들어왔다

"칠돈가 본점"


티맵으로 검색하니

거리도 가깝다

무조건 출발!

도착하니 생각보다 허름한 건물에 살짝 실망~^^;;;

그래도 배고프니 일단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메뉴는 흑돼지 or 백돼지

딱 두 가지뿐이다

제주에 왔으니까 흑돼지 2인분

된장찌개에 공깃밥 음료수 하나


사장님께서 먹는 내내 옆에 서서 두툼한 고기가 다 구워질 때까지 친절하게 서비스해주시니 너무 편했다


녀석이 말 한마디 없이 먹는 걸 보니

다행히 맛있나 보다

"깻잎에 싸서 먹어봐~ 맛있다~"

새콤달콤하게 절인 깻잎에 싸 먹으니

느끼한 것도 덜어주고 딱 좋았다

김치도 맛나고 찌개도 맛나다

배가 고파서일수도 있지만

첫 식사는 굿 초이스!


다 먹을 때쯤 물었다

"이거 얼만 줄 알고 먹는 거지?"

"아니?"

"2인분 58000원~ 저기 쓰여있잖아!"

"헐~ 그렇게 비싸?"

"흑돼지가 원래 비싼 거야~"

"삼겹살이랑 비슷한 줄 알았는데~"

"우리 딸 맛있게 먹었으면 됐어~"


계산을 하고 나오니

오십 미터쯤 옆으로 신관 건물이 보였다

부실하고 급한 검색에 허름한 건물에서 먹었지만 옛날 연탄구이집의 운치도 있었고

배부르고 기분 좋으니 그걸로 됐다






밥을 먹고 나오니 벌써 어두운 기운이 내려왔다

애월 쪽 해안도로 따라 카페거리가 있다길래 가보려고 했는데

일몰시간이 5시 반이라

도착할 때쯤은 어두워질 것 같았다


그래도 녀석이 망고주스 파는 곳에

가겠다고 우겨서

우리는 일단 '리치망고'를 찾아 출발했다


제주는 해가 지고 나면 길이 어두워서

다니기 힘들다는 친구 말이 생각나

나는 맘이 급해졌다

해안도로에 들어설 무렵엔 6시도 안됐는데

바다는 이미 보이질 않았다


"바다가 안 보여ㅜㅜ"

녀석은 아쉬운 눈치였다

"토요일에 이모랑 다시 오자

여기 이쁜 카페 엄청 많대~"

"정말? 꼭 다시 오자~"

리치망고는 다행히 밤에도 컬러풀했다

6시에 문을 닫는다고 해서

우린 테이크아웃으로 결정하고

녀석은 망고주스 나는 아메리카노

친구 딸에게 줄 망고 쿠키 두 개를 샀다

진동벨 대신 연예인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주면서

"수지라고 불러드릴게요~"한다

재미있는 곳이다






영어교육도시에 사는 친구 집까지는

꼬불꼬불 어두운 길을 한참이나 가야 했다

도착하니 친구는 손님맞이 옥돔을 굽고 있었다


이렇게 방하나 선뜻 내주고

따신 밥 차려주는 친구가 있으니

여행 첫날부터 마음이 푹 놓이고 편안해진다


20년 지기 대학 동기는 8살짜리 딸이 국제초에 입학해서 제주에 내려온 지 3개월째다

늘 큰아이를 키우는 나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은 친구지만

초등학교 때 말 잘 듣고 이뻤던 녀석이 사춘기가 되면서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겪고 있는 나라서 요즘은 늘 마음 비우란 얘기밖에 해줄 게 없다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정답이 없다

내가 16년 엄마로 살면서 얻은 정답이다

예전엔 학창 시절 얘기로 지금은 아이들 얘기로

맥주 한 캔에 쌓인 회포를 풀겠다고

새벽까지 수다 삼매경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밤

여행은 이렇게

사람과 추억이 만들어져서 좋다



친구가 지도며 책이며 꺼내 주고

내일 어디갈지 정하란다


오름도 올레길도 재미없고 귀찮은 나이

바다를 보고 싶다는 녀석의 뜻대로

해안가 따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6년 전 가족여행 때 가볼만한 유명한 관광지는 다 가봤으니 이번엔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구름 그림에 비 소식이 가득하지만

나는 그래도 두근두근

다 괜찮다

여기는 제주니까


글ᆞ사진: kossam & daye



※컴컴한 해안도로를 달리며 녀석이 들려준 노래

성시경ㅡ제주도 푸른 밤[출처: 유튜브]

https://youtu.be/huLc6rX5fZs




※애월해안도로를 지나다 만난 구엄리 돌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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