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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Jun 22. 2017

[초보 고딩엄마의 분리불안 극뽁일기 07]

학교 가는 길

2017년 4월 11일 화요일


참관 수업이 있는 날.

오전 수업만이라도 보고 내려가려고

억지로 시간을 만들었다


엄마도 일찍 나가시고

녀석도 먼저 가고

8시쯤 혼자 집을 나섰다

장승배기역ㅡㅡ온수역ㅡㅡ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지하철 25분, 마을버스 10분, 걷고 기다리는 시간까지 감안해서 한 시간쯤 잡았다


녀석은 매일 6시 반이면 일어나

7시 즈음 나가는 모양이었다

문득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랐다

아마 학교생활 통틀어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제일 힘들었던 나였다

나를 닮아 아침잠이 많은 녀석이니

얼마나 고단할까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었다


녀석이 가르쳐준 편의점 골목을 지나 장승배기역까지

꽤나 시간이 걸렸다

조금 늦게 나오면 마음이 조급해질 거리

녀석의 마음이 되어 두리번거리지 않고 앞만 보고 걷는다


25분쯤 걸려 온수역 도착

다음은 6번 출구

녀석의 카톡 안내에 따라 잘 찾아가고 있다

출구를 나와 조금 더 걸어가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정류장에는 녀석과 같은 노랑 교복을 입은 녀석들 둘이 앉아 재잘거리고 있다

나는 녀석들에게서 눈을 떼 질 못하고

열심히 따라간다


그렇게 나는

아침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동동거리며 가는

길을 따라  녀석이 되어본다


겨울엔 추워서 어찌 다니나

걱정도 살짝 하면


서공예는 기숙사가 없어서

훨씬더 먼 거리를 통학하는 녀석들도 많다는데

하루이틀도 아니고 3년을

보통 의지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됐다


한시간 남짓 학교 가는 길

엄마로 또 학생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드디어 학교 정문이 보이는 언덕

여유로운 녀석들을 지나쳐 걸음을 재촉한다

약속시간 9시를 살짝 넘겼고

도서관엔 벌써 많은 학부모들로 꽉 차 있었다


모두 낯선 얼굴들

단톡방에서 대화를 나눴던 엄마들도 얼굴을 모르니 인사하기가 쉽지 않다

커피 한잔을 들고 앉아서 기다리니

몇가지 안내사항을 공지한다

그리고는 각자 아이들이 수업하는 교실로 향했다


오전 수업은 전공수업이라

연기전공 아이들은 발레나 아크로바틱 같은 수업이었고

영화전공은 컴퓨터 영상편집 수업이었다

영화 엄마들은 오전엔 셋 뿐이었다

기대했던 것과 달리

녀석들은 수업에 집중하는 것 같지 않았다


선생님의 진도를 따라 하는 녀석은 몇 없었고

제각기 뭔가 다른 작업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우리 집 녀석은 엎드려 주무신다

내가 어떻게 올라온 건데

좀 있음 가야 하는데

안타깝고 속상했지만 녀석은 엄마가 와있는지도 모르고

자다가 깨다가 수업을 듣다가 말다가 한다


얼마 전 녀석의 카톡 문자가 생각이 났다

"엄마 너무 힘드러~ 너무너무 졸려ㅜㅜ"

새 학교에 적응하느라 할머니와 생활하느라

긴장도 많이 했을테고 자기가 좋아 선택한 일이니

힘들다는 말도 쉽게 못했을 녀석이다


과제 때문에 늦게 자고

방송반이라 일찍 가고

늘 잠이 부족한 녀석이었다

그래도 학교생활은 충실해야지

하면서도 안쓰러운 맘이 밀려왔다




엄마들이랑 점심도 먹고

오후 통합교과수업도 보고 싶었는데

수업을 못 빼고 온 터라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다시 천안으로...


녀석이 원해서 다니는 학교이고

외할머니 덕분에 자취나 하숙 또는 장거리 통학은 면했으니 다행이지만


중학교 3년 내내

아침마다 투정 부리고 짜증도 내면서

깨워야 겨우 학교에 가던 녀석이

알아서 일어나 먼길 마다않고 열심히 다니는 것이 기특하고 대견했다


※근데 얘들아... 지각인 듯한데...^^;;;


내려오는 기차 안

녀석에게 문자를 보낸다


"엄마 집에 간다

다른 수업이면 좋았겠다
재미없어도 전공수업인데
열심히 배우고
편집기술도 잘 익혀두면 좋을 텐데

엄마가 괜히 보러 갔나 하고
수업시간 내내
뚱이만 자거나 딴짓하는 거 같아서
이런저런 속상한 맘이었다가

내려오면서 생각하니
우리 이쁜 딸이랑 밥 먹고 자고
학교도 가보고 한 걸로
감사해졌어

오분만에 가락국수 사 먹고
급하게 기차 타고
집에 오는데
조금만 더 있다 올 걸 후회됐어

출근하려면 힘들까 봐
빨리 와서 쉬려고 했는데
뚱이 얼굴 좀 더 보고 올걸

남은수 업은 졸지 말고 열심히 하고 와
방과 후 숙제도 잘하고
전화 기다릴게
사랑해♡


참! 학교 건물이 많이 춥더라
옷 잘 챙겨 입고 다녀~~ "


내심 미안했는지 바로 답장이 온다

"엄마 간 뒤로 열심히 했는데 아쉽다..."


"응~ 배운 내용 가지고 연습해서 실력을 쌓아야지 나중에 필요한 인재가 되는 거야
시험을 보든 안보든 늘 준비된 뚱이가 됐으면 좋겠어~"




금방 본 녀석이

너무 보고 싶어 진다


우리 딸 힘내



글ᆞ사진: kossam




※연기전공은 재밌는 사진이 많은데 영화전공은 두시간 내내~~^^;;;;; 졸릴만 하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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