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ssam Apr 30. 2017

[초보 고딩엄마의 분리불안 극뽁일기03]

친구

2017년 3월 25일 토요일


녀석에겐 십년지기 친구가 하나 있다

그런 친구 하나쯤 있어야

보험 하나 든 것처럼 든든하고

혼자 있을 때도 가슴이 덜 시리다는 걸

녀석은 알까


학교생활을 참 잘 하는 듯 보이지만

지나고 보면 늘 녀석에게 남은 친구들은

하나, 둘이다

이사를 자주 다녀서 그런가

미안한 마음도 든다


내 어린 시절 전학을 자주 다녀

내겐 초등, 중등 동창들이 없다

아니 있지만 동창회를 가거나

요즘 많이들 하는 커뮤니티 활동은 하지 않는다

학교 다닐 때 절친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사는 지역이 바뀌고 계속 연락을 하지 않으니

어색한 채 멀어지게 된 것 같다

늘 나는 한동네에서 오래 살면서

초ᆞ중ᆞ고를 같이 보낸 지기들과

나이 들어서도 잘 지내는 사람들이 부러워서

내 아이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사는 게 그리 뜻대로 되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어렸을 때 나는 글을 쓰고 너는 그림을 그려

나중에 같이 일하자 했던 두 녀석은

중학교 때 사춘기를 진하게 겪으면서

엄마들 속을 꽤나 썩였더랬다

그래도

하나는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영화과에

하나는 홍익디자인고등학교에 당당히 합격하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쁜 고딩이들이 되었다


2월에 우리가 천안으로 이사하면서

나도 녀석도 소중한 동네 친구 하나를 잃었다

지역도 멀고 학교도 다르니

서로 자신만의 사회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생활을 만들어 가겠지만

옛 친구란,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녀석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가끔 만나는 것만으로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

녀석들이 같이 앉아 수다를 떠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녀석 덕분에

나도 십년지기 친구를 얻었다

같이 아이를 키우고

같이 힘든 일들 나누고

같이 추억도 만들고

내 사진 속 녀석들은 십 년 동안 함께 자랐다

학부모로 만나 좋은 친구로 지내기가 쉽지 않은데

언니는 늘 내게 든든한 지기였다

나도 그랬나 잠시 돌아보니 갑자기

자신이 없어진다

아마도 늘 편안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그런 거겠지


사람은 늘 가슴속에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같이 아파해준 친구가 하나라도 있다면

언젠가 혼자가 되더라도

마음만은 쓸쓸하고 외롭지 않을 거라 믿는다




지금 우리 엄마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친구들이 없으면 어찌 무료한 세상을 살아가실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엄마와 함께 거의 매일 소통하고 만나고 여행 가고

함께 해주시는 그분들이

내게도 정말 감사한 분들이다




녀석들은 녀석들끼리

우리는 우리끼리

짧은 시간 잠시 회포를 풀고

다시 아쉬운 이별을 한다


안녕,

내 좋은 친구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자


글: kossam

사진: 박은주


※예민한 녀석들 결국 뒷모습만ㅜㅜ;;;
매거진의 이전글 [너의 꿈 응원하기 - 5 : 만나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