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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Feb 13. 2017

[너의 꿈 응원하기 - 5 : 만나보기]

성장통 #part 61


"엄마, 방송국에 아는 사람 없어?"

"없는데?"

"엄마는 인맥이 그거밖에 안돼?"

그리 대단한 능력을 가진 엄마는 아니지만

나름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게 녀석의 한마디가 이상하게 자존심을 긁어댄다

"근데 방송국은 왜?"

나는 심술을 한번 꾹 누르고 다시 물었다

"궁금한 게 있으니까 그러지!"

"방송국 구경 가고 싶어?"

"아니~~ 그런 거 말고~"


MBC PD 아카데미 1년 과정(월 1회)을 수료하면서

취재, 인터뷰, 동영상 편집 등 관심 있는 분야를 접하면서도 녀석은 늘 시큰둥하였다

"이왕 하는 거 열심히 좀 해!"

"재미없는 것만 하고 방송국에 간다더니 가지도 않잖아!"

녀석이 초등학생이었더라면 뭐든 재미있어했겠지만 녀석의 궁금증은 그런 단순한 체험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녀석은 실제 방송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제작현장을 직접 보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방송작가가 되고 싶은 녀석은

[가족회의] 성장통 #part38에서 언급했듯이

대학 진학 문제부터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다


나는 주변에 지인들을 통해

현재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찾아보니 한 다리 건너 몇몇 사람들에게서 하나 둘 답변이 왔다


한 분은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나름 엘리트코스를 밟아 작가가 된 분이라

좋은 대학, 문창과 등은 필수라 하면서

본인은 대학원까지 다니면서 계속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방송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아카데미를 통해 실무를 배워야 하지만 방송국에서 일을 주는 윗사람들은 아직도 대부분 학벌을 중요시하고 pd처럼 공채가 아니기 때문에 인맥도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그런 곳임에 조금은 울적해졌지만 그것이 현실이고 무시할 수 없는 정답 같은 대답이었다

필요하면 직접 아이와 통화를 해주겠다는 친절한 답변에 나는 그저 감사했다


그 후, 녀석의 친구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남편이 방송 음향 쪽 일을 하시는데 회사로 오면

방송작가 한 분을 직접 만나게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어색해하는 녀석에게 친구랑 같이 다녀오라며 등을 떠밀었다

그래도 다녀오더니 궁금한 것이 조금은 해소가 됐는지 밝은 얼굴이었다

젊은 사람이라 그런 건지 명문 대학이 아니더라도 작가가 되려면 많은 경험을 해봐야 하고 대학생활도 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했다며

녀석은 눈을 반짝였다

또 꼭 녀석이 원하는 그 자리에 바로 가지 못하더라도 다른 길을 통해서도 열심히 노력하면 갈 수 있고 이런저런 분야를 접하다 보면 처음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녀석의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미래를 걱정해주는 어른으로서의 성의 있는 대답에 나는 또 한 번 감사했다


엄마의 잔소리 백번보다

인터넷 검색이 더 마음에 와 닿는 나이이니


대단히 유명한 사람들이 아닐지라도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현실적이면서도 희망적인 말 한마디가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멘토가 필요하다

나는 녀석에게 좋은 멘토가 생기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돈을 많이 벌기 힘든 직업이라고

구세대들은 걱정을 하고

엄마 입장에서도 전문직이나 공무원 같은

안정된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꿈을 꾸고 있는 녀석은 그런 건 상관없다고 말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니 박봉이라도 괜찮고

열심히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그것이 청소년다운 생각이 아닐까?


물론, 그 길에 뛰어든 순간 어려움이 닥치고 시간이 오래 걸리면 좌절도 상처도 겪게 되겠지만

그마저도 녀석의 몫이고

감당하고 극복하면서 단단해질 거라 나는 믿는다


힘들어질까 봐 미리부터 걱정을 하고

그 길이 아니라고 녀석을 설득해서

다른 길로 가게 한다면

녀석은 가보지 못한 그 길을 더 동경하면서

엄마를 원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 결국엔 뒤늦게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게으르면 뭘 해도 성공 못해!"

"계획 좀 세워가며 공부하자~"

"요즘은 똑똑한 것보다 성실한 게 더 중요해!"

폭풍 잔소리를 매일같이 쏟아놓는 부족하고 못난 엄마지만 나는 녀석의 꿈을 믿는다


모든 일에 생활습관이나 태도가 중요하다는 뜻일 뿐, 처음 녀석이 동화작가를 꿈꾸던 6살부터 방송작가를 꿈꾸는 16살까지

나는 변함없이 녀석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그 마음 녀석은 아직 모르겠지만

나는 녀석이 좌절하는 순간에도 성취하는 순간에도

녀석의 엄마로서 함께 울고 함께 기뻐할 것이다



너의 꿈 응원하기 6편에 계속...



글: kos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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