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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Aug 08. 2017

[역마살과 여행의지 : 뜨거운 여름 02]

#상주 은모래 비치


2017년 7월 21일 금요일



아침 일찍 채비를 하고 차에 짐을 실었다

영화까지 보겠다며 빔프로젝트에

차 안에서 먹을 간식거리까지

자전거를 포기하고도 짐이 제법 많다

차가 없을 땐 최소한의 짐으로 준비하지만

차가 있을 땐 최대한 필요한 건 다 가져간다


녀석과의 여행에 장시간 운전은 고스란히 내 몫이었는데 오늘은 든든히 운전대를 잡아줄 사람이 있어 감사한 마음으로 출발!


아침 8시 천안을 출발해서

상주까지 3시간 반

쉬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4시간은 예상해야 한다


녀석은 출발하고 얼마 안 되어서 잠이 들었다

서두른 덕에 다행히 차가 많지 않다

우리는 두 시간쯤 달려 휴게소에서 우동 한 그릇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녀석이 선곡한 음악들을 들으며

휴가 기분을 내본다


열두시가 되면서 나는 93.9 음악 fm

어플인 레인보우를 열어

김필원의 '열두시에 만납시다'에 주파수를 맞추고

카카오톡으로 사연을 보냈다

예상대로 우리의 여행길을 소개하는 디제이의 목소리에 기분은 업되고

내 어깨도 으쓱해진다



잠시 후 남해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달리는 길을 따라 그림 같은 풍경들이 곳곳에서

'나 남해야!' 하고 한껏 뽐내고 있었다




상주에서의 기억이 특별했던 녀석이다

넓은 모래사장에 푸른 바다

시원하게 부서지던 하얀 파도들

바다 가득 넘실대던 녀석의 빛나는 미소

내게도 상주는 그런 곳이었다


※그리운 녀석의 꼬꼬마 시절


해수욕장 입구에서

마치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

오토바이를 타고 안내하는 동네 총각(?)을

따라가 평상을 하나 빌렸다

파라솔보다 만원이 비쌌지만

절대로 물에 들어가지 않는 한 사람과

뜨거운 열기 때문에

우리는 바람 선선한 소나무 아래 평상을 선택했다


기대에 부풀었던 녀석과 나는

너무나 조용하고 잔잔한 바다에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다


6년 전 숨쉴틈 없이 몰아치던 파도들은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잠시 멍하니 앉아있던 녀석은

머리를 땋아달라 하더니 바다에 들어갈 채비를 한다

튜브를 빌려 따라나선다

물이라면 어디서든 잘 노는 모녀

파도가 잔잔해도 여기는 바다가 아닌가


이제 녀석은 엄마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커버려서

모래놀이를 하고 엄마 팔에 매달려 수영하던 꼬맹이가 아니지만

나는 그때의 녀석도 지금의 녀석도

똑같이 눈부시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렌즈는 녀석을 향해있고

녀석을 따라 경쾌한 셔터 소리가 울린다

카메라를 향해

이제 등을 돌리지 않는 녀석이다

고등학생이 되었다는 뜻인가 보다

시간은 그렇게

고비고비 넘겨가며 녀석과 나를

여기로 데려왔다





샤워시설이 있었지만

우린 일단 숙소로 이동해서 씻기로 했다

이번 여행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예약을 했다

첫 번째 상주에서 머물 숙소는

독일마을 근처의 단독주택이었다

동네도 너무 예쁜데다

깔끔하고 조용하고

작은 마당에 뒤에 흐르는 시냇물까지

성수기에도 저렴한 숙박비까지 

첫느낌으로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한 가지 에어컨이 없다는 것이 큰 난관이었다

컨테이너로 지어진 건물이라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남아있어

선풍기만으로는 시원해지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우리는 일단 씻고 나서 근처 하나로 마트에 장을 보러 다녀왔다

바비큐를 해 먹자며 의지를 불태우던 우리는

숯불을 피우다가 결국 땀범벅이 되고

고기를 굽기도 전에 지쳐버렸다

웃지 못할 상황에 어이없어하면서도

최대한 서로 짜증내지 않고

평화로운 저녁식사를 위해 노력했다

삼겹살과 먹으면 별미라며

녀석이 만든 비빔면은 이미 다 불어버렸지만

삼겹살과 매콤한 맛이 제법 잘 어울렸고

너무 지쳐서 다시는 바비큐를 해 먹지 않겠다고 할 것만 같은 얼굴로 앉아있는 그 사람을 보면서 녀석과 나는 결국 웃어버렸다


※1층은 동네어린이 도서관, 우리가 머문 곳은 왼쪽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2층
※셋다 먹기전 더위에 지쳐 바비큐 사진은 달랑 한장~^^;;;


우여곡절 끝에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는 야심차게 준비한 빔프로젝트를 열었다

슈퍼배드 2를 볼 거라며 다운을 받던 녀석은

노트북 충전기를 달라했고

가방을 뒤지던 나는 뒷목을 잡고 쓰러질 뻔했다

그럼 그렇지

결국 중요한 한 가지를 빠뜨리고 온 것이다


두 사람은 조용히 각자 폰을 집어 들고 나를 외면했고

나는 믿기지가 않아 혼자 멍하니 있다가

어쩜 이럴 수가 있을까 혼자 분노했다가

결국 제일 먼저 잠이 들었다


그렇게 뜨겁고도 썰렁한

남해에서의 하루가 저물었다


다음편에 계속...


여름안에서[출처: 유튜브]

https://youtu.be/x4EhYHGxy6k



글ᆞkossam

사진ᆞkossam & Ari & Da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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