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ssam Sep 01. 2018

[역마살과 여행 의지 : 오사카편04]

교토

2018년 3월 20일


오늘 목적지는 교토

카메라를 든 두 엄마가 가고 싶은 곳

그런데 오늘도 역시 날이 흐리다ㅜㅜ


교토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하고
교토역에서 교토 버스 1일 패스를 구입하면

교토에선 버스 이동이 편리하다



교토역 주변엔 기모노 대여해 주는 곳이 많이 있어서

예약을 하지 않고도 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예약해야 하는 곳도 있고

예약 시 할인해 주는 곳도 있으니 예약하는 게 좋겠다


계획엔 없었지만 녀석들을 기모노를 입힌 뒤

언니와 내 카메라 셔터가 바빠졌다

비가 와서 불편한 것이 많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비와 교토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어두운 컬러지만 전체적으로

짙은 브라운인 교토의 컬러가

비를 맞으니 훨씬 깊어지면서

내가 좋아하는 컬러의 그림들이 프레임 안으로 마구마구 들어왔다





점심 먹을 곳을 찾으려고 잠시 길을 걷던

언니와 나는

사랑스러운 연둣빛 능수버들이 늘어진

작은 개울을 발견하고는 신이 났다

간단히 배를 채운 녀석들을 세워놓고

인생 샷 한번 건져보겠다고

가까이서 멀리서 열심히도 찍는다

꽃단장 후 기분 좋은 녀석들도

고분고분 요구에 응해준다

누가 머라 해도 고슴도치 엄마들 눈엔

세상 제일 예쁜 딸들이다

도쿄에 갔을 땐 귀염귀염 하던 녀석이

이제는 아가씨티가 물씬 나는 걸 보니

또 이만큼 자랐나보다





교토엔 다다미식 스타벅스가 있다면서

녀석들이 꼭 가야 한다고 앞장선다

지역마다 시그니처 메뉴가 있다며

메뉴까지 미리 고르고

이럴 땐 신세대 엄마라 자부하는 우리도

녀석들의 트렌드는 못 따라간다


대신 쪼꼬만 것들이 비싼 별다방 커피를 마신다며

우린 아메리카노만 마시는데

녀석들은 비싼 커피만 마신다며

농담반 구박반 잔소리다


길고 긴 줄을 서서 주문도 하고

다다미 방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작은 건물에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시간이 많지 않아 청수사도 휙 둘러만 본다

아직 벚꽃이 만발하기 전인데도

사람이 구름처럼 많은데도

비가 오고 흐린 날인데도

이리 예쁜 곳인데

날좋고 꽃이 만개하면 얼마나 더 예쁘려나

아쉬움이 한가득이다


청수사를 내려와 기모노를 반납하고

한 곳을 더 둘러보고 싶었는데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그냥 카페와 상점이 많은 거리로 갔어야 하는데

철학의 길을 가보겠다며 버스를 탄 우리는

어처구니없게도 컴컴하고 이름 모를 동네 한복판에

덩그러니 떨어졌다

환할 때 왔어야 했는데ㅜㅜ
웃음이 절로나고 다리가 아파왔다
그래도 녀석들은 짧은 일본어로 열심히 물어서
다시 교토역 가는 버스를 무사히 탔다
이럴땐 제법 의지도 되는 딸들이다

교토에만 3일은 있어야
천천히 구석구석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다시 오겠다는 다짐으로
아쉬운 마음은 주머니 속에 꾸욱 눌러 담는다

또 한 번 시행착오를 겪은 우리는

아쉽지만 다시 버스를 타고 교토역으로 이동해

저녁을 먹었다

이번 여행 처음 먹는 라멘이다

공기밥까지 든든히 먹고 집으로 출발






여행의 마지막 저녁,

돌아오는 길

지하철 안에서 기대어 잠든 녀석의 손을
가만히 잡아본다


이렇게 쉬운 일이

일상에선 어찌 그리 힘든 건지

녀셕과의 여행은 그래서 늘 선물 같다

녀석과 함께할 수 있는

1분 1초가 하나하나 선물처럼 감사하다

즐거웠던 기억뿐만 아니라 힘들었던 기억조차도




글ㆍ사진 kossam



매거진의 이전글 [역마살과 여행 의지 : 오사카편0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