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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Jan 18. 2019

[역마살과 여행 의지 : 영주]

#열여덟번째 여름 : 03



2018년 7월 25일

삼일 내내 날이 화창하다

약을 먹어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컨디션도 많이 좋아졌다

고집을 부려 여행을 감행한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


오늘 목적지는 아저씨가 원하는 영주 무섬마을이다

하지만 나는 혼자만의 속셈이 있었다

짧게라도 녀석과 바다에 발을 담그고 싶었다

그래서 긴 청바지를 입고 나서는 녀석에게

더운데 반바지를 입으면 안 되겠냐고

잔소리를 하는데 녀석은 고집을 꺾지 않았고
결국 서로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일단 그냥 출발해서 해안도로를 달리다
녀석이 잠든 사이
장사해수욕장에 차를 세웠다

흰구름과 어우러진 바다와 하얀 파도를 보니

녀석도 마음이 풀어진 듯 보였다

나는 살살 달래서 물에 들여보낼 생각이었다

"엄마 반바지랑 티셔츠 가져올까?"

"웅~~ 씻고 옷 갈아입기 귀찮은데~"

"두 시간만 놀고 가자. 그냥 가기 아쉽잖아~"

"그럼, 큰 튜브 빌려줄 거야?"

결국 녀석은 넘어왔다

물장구도 치고 파도도 타고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잘 놀 거면서 늘 투정이다

아이의 환하게 웃는 얼굴 한 번 보려고

부모들은 그렇게도 해바라기를 하나보다

반짝이는 햇살에 녀석의 미소가 더 눈부셨다

우리는 파라솔 아래에서 짜장 탕수육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영주를 향해 출발했다




한참을 달려 영주에 도착했다

더운 날씨에도 녀석은 짜증 한번 내지 않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

집으로 돌아가면 녀석과 또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아렸다



햇살에 반짝이는 물과

구불구불 외나무다리는 아름다웠다

생각보다 다리가 좁아 건너갈 때는 집중을 해야 했다

서로 마주오는 사람을 비껴갈 수 있게 만든 것인지
중간에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다리에 앉아 있을 때 아저씨의 망원렌즈에 담긴

녀석의 얼굴은 여름 내내 폰 배경화면으로 걸어두고

매일매일 만났다

녀석은 슬퍼 보여 별로라고 했지만

부쩍 자라 성숙해진 녀석과

아직 앳된 얼굴이 동시에 보여

나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짧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녀석은 여름 워크숍 전장으로 달려갔다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여름이 예상되지만

녀석은 또 대견하게 그 시간들을 이겨낼 것이다

몇백 장의 사진 속에 파묻혀

한 장 한 장 골라내느라 눈이 벌게졌지만

나는 이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

더불어 세상 어느 작가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멋진 사진을 찍어준 그 사람에게도 진실한 감사를 전한다


결국 두 계절을 넘겨 그 시간을 기록하고 있지만

여행을 기록하는 그 순간만큼은

다시 그때로 돌아가 생생하게 기억을 떠올린다

모든 것을 다 잊고 돌아갈 그 날에도

녀석과 함께했던 여행의 기억만큼은

고이 간직하고 떠나고 싶다



※사진은 퍼가지 말아주세요!!!

글ㆍkossam 
사진ㆍ Ari & kossam



고2 딸이랑 여름휴가 중입니다
이제는 거울 앞에서 외출 준비가 엄마보다 더 길어진 딸을 보며
어느새 이렇게 컸나 싶고
너무 예뻐 어찌 시집보내나
만감이 교차합니다

경주 포항을 지나왔구요
오늘은 영덕 영주로 해서
집으로 가려고 합니다

짧은 3일 휴가가 끝나가네요
딸도 저도 충전 잘해서
남은 여름 잘 이겨내길 바라봅니다
다니는 길엔 레인보우도 같이 듣고
손잡고 걷고 같이 밥 먹고
이렇게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녀석은 알까요?
이런 걸 소확행이라 하는가 봅니다

2018.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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