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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Sep 13. 2015

[중2 딸 사진 찍기]

성장통 #part10

카메라 렌즈가 친구였던 녀석

햇살처럼 밝은 미소가 쏟아졌던 녀석이


중학생이 되면서

말수도 줄고

웃음도 줄고

카메라 앞에서 얼굴을 가리기 시작했다


사진 전공자는 아니지만

녀석을 낳고부터

온갖 카메라와 비디오 카메라까지

메고 다니며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

셔터를 눌러대던 나에게

녀석의 사춘기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붙잡고 앉아서

다른 건 다 참아줘도

사진은 절대 양보 못하겠다며

생떼도 써보고 협박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래서 요즘 녀석 사진은

거의 뒷모습이거나 멀리서 몰래 찍은 것들이다

분장을 하고 공연을 했을 때나

할머니 할아버지께 보내드릴 거라

할 때에만 겨우 정면으로 브이를 그려준다

녀석의 폰으로 찍은 셀카라도 좀 얻어볼라치면

죄다 흔들렸거나 얼굴을 가린 것만 보내준다

가끔은 너무하는 거 아니냐며 다투기도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도 중학교 때 사진 찍기 싫어서

아빠와 자주 부딪혔던 기억이 난다

그땐 디카도 없던 시절이니

인화해 온 사진들을 보면

내 모습이 낯설고 이상하게 보여서

가족 여행을 갈 때마다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짜증을 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성장기에 있을 땐

시시각각 얼굴도 변하고

살도 붙고 하니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외모에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에

예쁘고 멋진 연예인들과 비교가 되면서

자신이 못생겼다고 생각을 하는가 보다


가끔씩 녀석은 핸드폰으로

걸그룹 사진들을 뒤적이다가

"엄마, 얘 예쁘지?" 한다

"화장해서 글치~ 별로 구먼~"

"그럼~ 얘는?"

"네가 훨씬 귀엽고 예뻐 "

"또 그 소리! 그건 엄마니까 그런 거구!"

"진짜거든~ 엄마가 아이라인 그려줄까?"

"싫어~ 됐어! 엄마랑은 말이 안 통해~

창피하니까 어디 가서 그런  말하면 안돼!"


셀카를 찍을 때도 볼 살을 가리고

엄마가 찍은 사진은 본인이 마음에 안 들면

지우라고 난리다

예뻐지고 싶은 욕구가 강해져서

옷, 신발, 화장품 등에 관심이 가득하다

여자가 되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려니

나는 그런 녀석의 짜증도 고맙고 귀엽기만 하다


매년 연말이면

나는 아이의 한 해동안 찍은 사진들로

달력을 만든다

집에도 하나 걸고 외할머니 와할아버지께도

하나 걸어 드린다

달력을 한 장씩 넘길 때면

'아~ 작년 9월엔 이런 일이 있었지

이 녀석 그 새 또 많이 컸구나'

하며 한 번씩 웃는다


올해는 부쩍 사진 찍기가 힘들어져서

투정 부리듯 말했다

"내년 달력은 니니토토 사진으로 만들어야 할까 봐~"

"왜?"

"니 사진이 없어서!"

"크크크~~ 그러등가~




지금도 여전히 나는 틈만 나면

녀석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또 앞으로도

나는 이 녀석의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셔터를 누를 것이다


요즘 나는 큰 렌즈를 달고서

멀리서 당겨서 몰래 찍는

일명 파파라치맘이 되어버렸다

극성이다 유난스럽다 욕해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녀석의 십대를

나는 담아두고 추억할 것이다



녀석의 뒷 모습을 찍어

가족밴드에 올리니

엄마, 아빠 바로 반응을 보이신다

"어이쿠~ 많이도 컸네~"

"에구~ 예뻐라~"


그래 그래~

뒷 모습이라도 많이 많이 찍어 놓으련다



사진 속의 녀석은

늘 나에겐 눈이 부신 햇살이다




글, 사진: kossam


성장통 #part56 [열여섯 ㅡ 성장앨범:편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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