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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Oct 18. 2015

[역마살과 여행 의지 - 도쿄편 03]

아사쿠사 / 오다이바

아침 7시 55분 이스타 항공

6시까지 도착하려고 우리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집을 나섰다

장기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들어선 인천공항은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여행객들로 엄청 붐볐다


바로 탑승권을 받아서 출국 수속을 하러 들어가

가방과 옷을 검사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부치는 짐 없이 가려고 배낭을 메고 갔는데

로션과 에센스(액체 100ml 미만만 가능)

그리고 볶은 고추장(^^;;;)은

통과할 수 없다면서 가방을 다시 부치고 오라는 것이었다


녀석을 먼저 들어가라 하고

다시 다녀오는 동안 지체되면서

게이트까지 가는데 시간이 촉박해졌다


게다가 이스타 항공 같은 저가항공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배치되는 모양이었다

셔틀을 타고 가장 끝쪽에 있는 게이트까지

가다 보니 결국 우리는 출발 10분 전에 아슬아슬 탑승하게 되었다


첫 해외여행도 아니건만

어찌 이리 어리바리한지

여유 있게 면세점을 구경하려던 우아한 꿈은 산산이 깨지고

공항에서부터 땀 흘리며 뛰는 걸로 우리의 도쿄 여행은 시작되었다


밤에 잠도 설치고 너무 이른 시간이라

녀석은 출발과 동시에 잠이 들었다





나리타 공항에 10시 30분 도착

다행히 한가한 나리타 에서는 짐을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이제는 숙소까지 가는 것이 과제였다

미리 한국에서 전철 노선을 살피고 왔지만

막상 첫 발을 떼려니 낯설고 막막했다

일단 안내데스크에서 아사쿠사까지 어떻게 가는 것이 좋겠냐고 물었더니

나리타에서 아사쿠사까지 한 번에 가는 스카이액세스(sky access)라는

열차가 있다고 했다

조금 느리긴 하지만 한 번에 갈 수 있다고 하니 갈아타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서 그걸 타기로 결정했다

한층 아래로 내려가 티켓을 사고 승강장으로 가니 열차가 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우리가 탈 스카이액세스는 11시 26분!

일본에서의 첫 열차를 무사히 잘 탔다는 것에 안도하며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나리타에서 아사쿠사 까지는 60분 정도 걸린듯하다

아사쿠사역에 내려서니 역 앞에서부터 식당 홍보지나 메뉴판을 든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숙소 체크인 시간은 3시였고 아침부터 먹은 것이 없으니 배가 한참 고플 때여서 점심을 먹을 곳을 찾기로 했다

역 근처에 큰 시장이 있어서 식당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맛이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금액은 대체로 700엔 ~ 1500엔 정도였는데

우리는 첫 식사로 낯선 음식이 자신이 없어서 일단 자리도 편해 보이고 역에서 가까이에 있는 스파게티집으로 들어갔다.

'마이애미가든'이라는 그 곳은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단위 손님들이었다

우리는 제일 익숙한 스파게티를 시켰는데

내가 시킨 봉골레는 오일이 너무 많아 살짝 느끼했고, 녀석이 시킨 토마토 스파게티는 너무 싱거웠

그래도 배가 고팠던 우리는 열심히 먹었지만

그다지 추천하고픈 곳은 아니다(^^;;;)

녀석은 후식으로 맥도날드 아이스크림콘을 선택했다(초코콘이 없어 아쉬웠음)



나는 이번 여행에서 녀석에게 총무를 맡겼다
경제관념이 부족한 녀석에게는 한 번쯤 필요한 경험이고 이제 엄마가 가자는 대로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사달라 할 나이는 지났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안을 했는데 녀석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녀석은 기대 이상으로 하나하나 꼼꼼히 기록을 했고 식사를 할 때에도 물건을 살 때에도 가격부터 살피면서 금액 대비 적당한지 꼭 갖고 싶은 것인지 한번 더 생각하고 결정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떤 면에서는 나보다도 절제력이 나아 보여서 혼자 속으로 뿌듯하기까지 했다
덕분에 우리는 교통비 식비 그 외 비용으로 예상했던 금액보다 훨씬 밑도는 알뜰 여행을 하게 되었다
저녁마다 집에 와서 하루 정산을 하면서 돈이 남았다며 기뻐하는 녀석을 보니 이제 다 컸구나 싶었다
물론 더 좋은 거 먹고 사고 싶은 것도 사고 더 편하게 다닐 수도 있지만 나는 녀석과 이렇게 알콩달콩  티격태격하며 고생도 좀 해가면서 다니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믿는다
녀석에게도 좋은 경험과 추억이 될 것이다


※녀석이 아이폰으로 기록한 지출기입장



 

첫끼를 해결하고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와 관련된 이야기는

[역마살과 여행 의지 ㅡ 도쿄편 02]에서

자세히 기록했으니 이번 편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잠시 쉬었다가 우리는 오늘 녀석의 목적지인

오다이바로 출발했다

처음엔 오다이바로 가는 수상버스가 있다고 해서

꼭 타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시간이 맞질 않아서 포기하고 다시 열차를 타야 했다

아사쿠사역에서 긴자선을 타고 신바시로 가면

오다이바로 가는 '유리카모메'라는 모노레일이 있다

일본은 동쪽에 위치해서인지 우리나라보다

해지는 시각이 빠른듯했다

저녁이라서 야경이 좋긴 했지만

낮에 타면 바다를 건너가는 느낌과 풍경이 더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도착할 즈음, 오다이바에는 벌써 커다란 대관람차와 레인보우 브릿지가 불을 밝히고 여러 쇼핑몰과 게임장들이 있는 건물들이 여럿 보였다

그중 우리는 녀석이 가보고 싶다던 '조이폴리스'라는 건물에 들렸다가 대관람차를 타기로 했다


조이 폴리스는 레고랜드와 여러 가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 그리고 귀여운 기념품들을 파는 가게들과 타코야키 뮤지엄 등으로 구성된 커다란 오락실 같은 건물이었다


녀석이랑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가

타코야키를 먹고 싶다 해서 타코야키 뮤지엄으로 갔다

몇 개의 타코야키를 파는 작은 가게들이 나란히 붙어있고 가운데에 테이블들이 여러 개 있었다

마음에 드는 한 곳을 골라 주문을 했고(티켓을 자판기로 뽑아서 갖다 주면 음식을 주는 시스템) 평소에도 타코야키를 좋아하는 녀석은 배가 고팠는지 순식간에 폭풍흡입을 했다

다행히 맛은 아주 좋은 편이었다



건물 밖 야경도 좋고

마침 어떤 사람이 묘기를 보여주고 있어서

잠시 구경을 하다

우리는 대관람차를 타러 갔다

컬러와 시스루(투명한 관람차) 중

골라야 하는데 시스루는 몇 개 없는지 30분 정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그냥 컬러관람차를 선택했다

꼭대기쯤 올라가니 살짝 공포감이 느껴졌지만

멀리까지 보이는 멋진 야경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편해졌다


녀석의 표정도 연신 싱글벙글

그래, 그거면 됐지

너와 함께 웃을 수 있는 이 시간이 너무 감사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저녁은 집에 가서 간단히 먹기로 하고

역 앞에 있는 편의점에 들렸다

부피가 커서 육개장 사발면을 놓고 왔더니

녀석은 비행기에서부터

왜 그랬냐고 울상을 지었다

편의점에 가면 혹시나 있을까 했는데

컵라면 종류가 엄청 많았지만

녀석은 일본 컵라면은 맛이 없을 것 같다면서 절대 안 사겠다고ㅜㅜ

이것저것 살펴보는데 카운터 옆에 어묵을 팔고 있었다(편의점에는 어묵코너가 거의 다 있었음)

한국에서 가져온 햇반이랑 고추장이랑 김이랑

같이 먹으면 되겠다 싶어 어묵을 사기로 결정했다


녀석과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다리도 아프고 피곤했지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남의 땅에서

녀석과 이렇게 함께 걷고 있다는 것이

새삼 많은 의미로 다가왔다

다시 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녀석과 나의 예쁜 추억 하나

가슴에 담으며 도쿄에서 첫 밤을 맞았다



글: kossam

사진: Ari, kossam, da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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