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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Oct 22. 2015

[역마살과 여행 의지 ㅡ 도쿄편 04]

디즈니씨(Dysney Sea)



아침에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있어

알람이 울리자마자 일기예보부터 살폈다

저녁까지 올 것 같던 비 소식은

다행히 오전으로 그칠 듯 보였다

쌀쌀한 날씨라 긴 옷을 챙겨 입고

신발장 안에 비치되어 있던 우산을 챙겨 들고

일단 목적지인 디즈니로 출발했다


아사쿠사의 일요일 아침은

정말 조용하고 깨끗해서

살짝 우울했던 기분까지 좋게 만들었다


거리가 깨끗하고 예쁘기까지 한 것은

거리 주차가 없기 때문인 듯 생각된다

어느 골목을 보아도 길 위에 주차된 차는 없었다

곳곳에 보이는 무인 유료 주차장과 집집마다 건물 안쪽으로 차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들이 있었고

평수는 좁으면서 높낮이가 다른 작고 재미난 집들 앞에는 자동차 대신 예쁜 자전거들이 서 있었다

밤이면 도로 한 차선 가득 주차를 해 놓는  우리나라와 슬쩍 비교가 되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디즈니까지는 다시 지하철로 이동을 했다

아사쿠사 역에서 우에노로 

우에노에핫쵸보리로

핫쵸보리에서 한 번 더 갈아타고 마이하마 역 하차

마지막엔 귀여운 미키 열차를 타고

드디어 디즈니도착!

걷는 시간까지 계산한  한 시간 정도 소요된  듯하다


※일본 지하철에는 안전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입구에서 티켓 확인한 후

한국어로 된 지도를 한 장 받아 들고 입성!

마치 만화 속으로 들어온 듯

관광객들도 대부분 디즈니 캐릭터가 그려진 옷들을 입고 머리엔 머리띠와 캐릭터 모자를 썼다

아예 디즈니 캐릭터 코스프레를 완벽하게 한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디즈니에서 본 예쁜 꼬마들과 캐릭터들은

도쿄편 07에서 공개할 예정)


녀석도 입구에서 머리장식부터 골랐다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니

이왕 놀러 온 거 기분을 내려면 이 정도는 기본!

이것저것 고르다가 결국 녀석답게

작은 몬스터 머리띠를 고르더니

엄마도 해야 한다면서

데이지 덕 리본을 달아줬다



규모도 크고 너무나 예쁘게 꾸며놓아서

눈도 즐겁고 기분도 업된 우리는

지도를 살펴가며 찬찬히 구경을 했다

단 한 가지, 사람이 너무 많아 핫도그 하나를

사려고 해도 줄을 서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놀이기구는 말할 것도 없었다

기본 두 시간 정도는 줄을 서야 하나를 탈 수 있으니

다 타 보려면 주말은 피해야 할 듯 싶었다

패스트 패스라는 티켓을 미리 구매한 사람은

우선 탑승이 가능하지만

오전에 이미 모두 소진돼서 그마저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긴 시간 기다려서 탑승한 놀이기구도

우리나라 것 만큼 스릴 있거나 재미있지 않다며

녀석은 두 개만 골라서 탄 뒤에는 타지 않겠다고 했다( 센터 오브 어스 & 인디애나 존스)

극장이나 공연을 보는 곳, 그리고 식당 앞에도

줄지어 사람들이 서 있었다


아예 돗자리를 가져와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으레 그러려니 하는 얼굴로 어느 누구도 싫은 내색 없이 기다리는 것이 우리에겐 인상적이었다

다리가 아프고 지치는 건 마찬가지 일 텐데

웃고 즐기면서 기다리기도 하고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며 당연한 듯 기다리고 있었다(스마트폰의 존재에 처음 감사한 순간이었다~^^;;;)



이곳에서 눈에 띄는 것은 둘에 하나 정도는

캐릭터 인형 가방을 메고 있다는 것이었다

녀석은 어디서 봤는지 그게 인형이 아니라 팝콘 통이라고 했다

디즈니 씨 곳곳에 팝콘 왜건들이 있는데

통을 하나 사서 메고 다니다가 다 먹으면 500엔으로 리필을 할 수가 있다

각 장소마다 캐릭터가 다른 통을 팔고 있어서

녀석은 토이스토리에 나오는 미스터 포테이토를 갖고 싶다며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알라딘과 인어공주 쪽은 양탄자나 회전목마 같은  어린아이들에게 맞는 놀이기구가 많았다

굳이 놀이기구를 타지는 않더라도 구석구석 너무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그저 구경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다 녀석의 눈이 한 곳에 꽂혔는데

바로 도날드 덕이 줄지어 앉아있는 공 굴리기 게임 부스였다

500엔에 공 4개를 던져 골대에 넣으면

커다란 도날드를 상품으로 주고 있었다

녀석의 간절한 눈빛에 우리는 줄을 섰고

차례가 돌아왔다

"엄마가 해~~"

막상 공을 받아 들더니 녀석이 발뺌을 했다

자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못 넣으면 다시 줄을 설 수도 없고

녀석은 실망할 테고 어깨가 무거웠다

어느 정도 힘으로 굴려야 할지 감이 안 와서

세 번째 공까지 아슬아슬 실패를 하고 나니

녀석의 얼굴도 실망이 가득했다

마지막 공을 들고 정신을 집중해서

힘껏 굴렸는데 다행히도 골대에 쏙 들어갔다

안내해준 직원과 우리 둘은

너무 기뻐 하이파이브도 하고

팔짝팔짝 뛰었다

그 넘의 도날드가 뭐길래~~~^^;;;;;

그래도 엄마 체면은 세웠다



해 질 녘 조명이 들어온 디즈니씨는

만화를 보고 있는 듯 너무 예쁘고 환상적이었다

천천히 구경하면서

입구 쪽으로 돌아 내려오는데

조금 쌀쌀해지면서 배도 고프고

무엇보다 다리가 아파서 식당을 찾기로 했다

맛집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디든 사람들의 줄은 끊이질 않았다

줄 서기 싫은 우리는

아쉽지만 샌드위치를 파는 커다란 식당을 선택했다

몇 가지 음식을 시켜 맛나게 먹고는

불꽃놀이와 베네치아 곤돌라를 마지막 코스로 정하고 시간이 남아 잠시 식당에서 휴식을 취했다

녀석은 고단했는지 그 잠깐 사이 잠이 들었다



곤돌라 탈 시간이 돼서 움직이는데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는 곳이 있어 가봤더니

수상 디즈니쇼가 한창이었다

앞 부분을 놓친 게 아쉬웠지만

현란한 불꽃과 조명만으로도

디즈니 한복판임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즐거웠다



핼러윈 불꽃놀이는 기상조건 때문에 취소되고

우리는 마지막 코스로 정한 베네치아 곤돌라로 이동했다

역시나 다시 줄을 서야 했다

나는 한기가 느껴지면서 느낌이 좋지 않아

소화제를 먹었다

녀석과 꼭 타고 싶었던 것이라

잠깐 참으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30분도 더 기다려서 배를 타기 일보직전에

현기증과 함께 복통이 밀려왔다

녀석과 함께 줄에서 빠져나와

직원에게 아파서 화장실을 가야겠다고 하니

안내를 해주었다

사람들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고

녀석은 놀래서 나를 부축했다

화장실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안에 있는 것을 다 토해냈다

한참을 식은 땀을 흘리며 앉아있는데

문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엄마, 괜찮아?"

녀석은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응~ 괜찮아~"

놀러 와서 주책없다 싶고

아픈 와중에도 마감전에 다시 그 배를 꼭 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일단 통증이 가라앉아

나는 녀석의 손을 붙잡고 다시 곤돌라 탑승장으로 갔다

영어를 잘 모르는 직원들에게

손짓 발짓해가며

우린 30분도 넘게 기다렸는데

내가 아파서 화장실에 다녀왔다고

한참을 설명했더니

다행히 한 직원이 알아들은 듯 우리를 안내했다

다시 줄을 서야 하나 생각했는데

한쪽에서 기다리라 하더니

직원들끼리 서로 얘기 끝에

바로 다음 배를 태워주었다



시원한 바람과 예쁜 야경과

사공의 산타루치아로

나와 녀석은 다시 편안해졌다

내릴 때쯤이 되자 사공은 생일이 가까운 사람이 있는지 물었고 나는 녀석의 생일이 15일이라 말했다

사공은 녀석의 이름을 묻더니

바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고

한 배를 탄 승객들도 함께 축하해줬다

뜻밖의 선물에

배를 타기 잘했다는 생각까지 들면서

그렇게 녀석과 나는 디즈니에서의

추억을 마감했다


※Happy birthday Daye


그 뒤로  집에 오면서도

나는 화장실을 세 번쯤 더 갔을까?^^;;;

녀석은 아픈 엄마 때문에

다리도 아프고 힘들었을 텐데

내색조차 하지 않고

지하철표도 척척 끊고

씩씩하게 걸어 다녔다


우리 딸, 다 컸네

고맙고 미안해


※자려고 누웠는데 하나는 엄마발에 하나는 자기발에 끼우고 잘자~ 하는 녀석 ㅡ 내심 아픈 엄마가 걱정되었나보다



집에 와서 결국 우리는  또다시 남은 햇반에 계란까지 얹어서 고추장에 비벼먹었다~^^;;;



※녀석의 둘째 날 지출기입장 ㅡ 폰케이스와 수면양말은 녀석의 생일 선물이라 지출에서 제외됨



못 말리는 촌뜨기 모녀의

다음 이야기에서 만나요



글: kossam

사진: 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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