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색칠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었네...
코 시국에 할인행사로 가입한 헬스장은 진작부터 못 가고 있었다. 출입구에서 관장은 어두운 얼굴로 앉아 있고 매번 체온 재는 행위를 회원들보다 더 지겨워했다. 러닝머신엔 하나씩 띄어서 사용하도록 아예 실행 버튼을 종이로 막아놨다. 그래도 가기는 찝찝하다. 헬스장 관장은 죽을 상을 하고 있고 트레이너도 매일 하나둘씩 안 보인다. 안쓰럽게 버티고 있는 듯 보이지만 자기네 소유 건물이라니 그나마 다행 아닌가?
어쨌든 헬스장은 포기하고 코스를 정해 동네 주변을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났다. 새로운 공원도 알게 되고 걷기 좋은 길도 발견하게 됐다. 40도가 넘는 그 뙤약볕에도 멈추지 않았더니 팔과 목주변이 새까맣게 탔다. 모자를 쓰고 선크림을 잔뜩 발라도 별 효과가 없었던 지난 폭염...
하지만 난 더 흥미로운 걸 발견하고 탐방을 하는 그곳... 격일 간격으로 다이소 순방하는 게 말이 되니? 내가 정해 놓은 운동 둘레길... 거기에 있어서 그냥 들어갔을 뿐이다... 이렇게 핑계라도 대고 싶지만 너무 자주 간다.
가보면 알게 된다. 다이소를 좋아하고 구석구석 탐방하는 사람이 한둘 이 아니라는 걸...
빠른 걸음으로 20분이 넘게 걸려 새로 알게 된 큰 매장... 3층 매장은 층마다 평수가 어마어마했고 그만큼 다른 매장에선 못 보던 물건이 가득했다. 1층 셀프 계산대가 십 여개 남짓... 얼마나 규모가 큰지 입이 떡 벌어진다. 다이소는 매장 규모에 따라 물품의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예전엔 다이소에서 절대 사지 않았던 식품코너까지 섭렵한다. 두부과자, 커피, 녹차, 둥굴레차, 심지어 미니 참기름까지...
문구코너에는 캘리그래피 재료까지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물론 전문가를 위한 재료까지 구할 순 없지만 초보자용으로는 손색이 없다.
바로 옆 아크림 물감 세트를 보고 손이 먼저 뻗는다.
'오우 이거 괜찮은데?'
물감까지 들어 있는 세트가 이삼천 원? 오케이! 하나둘 씩 사던 아크림 물감세트는 현재 완성 후 집안 곳곳에 걸려 있음을 부인하진 않겠다. 남들이 볼 땐 산만할 정도로 벽에 뭐가 많다 느낄진 몰라도 나만의 공간인데 뭐 어떤가?
물감과 바탕 스케치에 번호까지 쓰여 있으니, 그림 소질 따윈 필요 없다.
'하, 내가 이렇게 집중하면서 엉덩이를 의자에서 띄질 않다니...'
완성 후 시간을 보니 한 시간 남짓을 꼬박 색칠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렇게 엉덩이 무겁게 몰입하기도 참 오랜만이네...
캘리그래피 연습도 엉덩이 붙이고 책상 앞 몰입 시간은 30분을 넘지 못한다.
'나 색칠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었네...'
이러다 문구코너에 있는 컬러링 북도 몽땅 사들이지 않을까 스스로 식겁한다.
색칠공부는 이쯤에서 멈추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