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하다 이젠 뜨개질까지...
잠 못 드는 새벽은 누군가에겐 다음 날을 위한 귀한 숙면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밤이 선생이다.'라는 책 제목을 떠올린다면 자기만의 생산적인 시간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명상을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책을 집어 들 수도 있다.
새롭게 구입한 책은 쌓여만 가는데 멍하니 누워 있다 뒤척이다 결국 유튜브를 보고 만다. 새벽 1시부터 잠이 깨서 유튜브만 뒤적거리다 뜬 눈으로 아침 시간을 맞이할 때면 허탈감과 함께 온 몸이 노곤하다. 해가 이미 중천인데 그때부터 잠들 수는 없다. 잠도 오지 않았다.
긴긴 여름밤 열대야로 잠 못 이룰 때는 생활리듬이 이미 깨져버린 상태였다. 활발하게 활동해야 할 오후 세시쯤 되면 이미 몸이 녹초가 되어 버린다. 아무리 잘 챙겨 먹어도 몸이 혹사당하는 느낌, 기력이 떨어져 고기를 먹고 영양제를 먹어도 기운이 없었다.
이른 저녁잠이 들어 새벽 3시 전에 눈이 떠지는 날이 반복됐다.
'책에 집중할 수 없다면 다른 대안을 찾아보자!'
무수한 과거의 생각으로 스스로를 그만 괴롭히고...
잡념 없애는 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잠은 이미 물 건너갔다. 잔잔하게 유튜브 재즈를 틀어놓은 채 코바늘을 움직이다 보면 시간은 잘도 흘러간다.
사놓은 실이 아까우니 포기하지 말고 해 보자 했던 게 여기까지 왔다.
열 번 (과장 아님) 이상 시도해보다 포기했었다. 코 찾기가 힘들고 실이 두 갈래로 갈라지기 일쑤였다.
그러다 발견한 유튜브 채널 '슬로우 플로우' 코바늘 왕초보 설명 편!
오예! 그동안 꼬였던 실이 풀리는 기분!
하지만 아직 원형 뜨기가 어렵고, 뜨고 나면 원형이 아니라 육각형 같은 모습의 완성품이 된다. 우글쭈글 모양이 삐뚤어서 선물용으로는 불가능하다. 내 집에서 나만 쓰는 걸로!
코 시국에 위생문제를 생각해서 칫솔과 수세미를 수시로 교체해둔다. 이제 소비품목에서 수세미는 빠지게 되었다. 그거면 됐다. 시간과 천 원 투자로 수세미와 집중력을 얻고 잡념이 사라졌으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캘리그래피 재료를 구한다는 핑계로 다이소 구경은 자제하는 걸로! 사실 캘리그래피 재료는 알파문구 남대문 본점에 모든 게 다 있다.
하지만 선물용 작품이 나올 때까지 계속 다이소 실 구경을 하게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책은 언제 읽어?'
좋지도 않은 집중력으로 멀티플레이어를 흉내 내며 코바늘을 쥐고 올림픽 경기를 보던 지난여름 밤들...
원형 뜨기를 하면서 스포츠뉴스를 보던 중 빵 터지는 장면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남자 손에 쥐어진 뜨개바늘이 신선해서 놀랐고 저런 문양 뜨기가 얼마나 어렵다는 걸 알기에 또 한 번 놀랐으며 예쁜 디자인에 감탄했다.
상반된 내 솜씨에 헛웃음이 나왔다. 코바늘로 작은 원형 뜨기 하나 뜨는데 쩔쩔매는 순간포착을 저 선수가 봤다면 한심하게 웃었을 듯...
그는 다이빙 선수로 기다림의 연속인 대기시간을 차분하게 집중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했으니(무료한 시간 때우기에도 좋고) 얼마나 현명한가?
뜨개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저 정도 문양 있는 패턴을 뜨려면 최소 1년 이상은 뜨개 경력이 있다는 것을...
이번 올림픽은 답답한 여름을 견디게 해 준 감동한 순간이 꽤나 많았다는 점을 부정할 수가 없다. 저 선수도 한몫했다는 건 분명하다. 경직된 초조함으로 이기겠다는 목표만 가진 게 아닌, 그 과정의 시간 또한 즐길 줄 아는 자유 영혼들... 빙그레 웃음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저 선수는 본업에서 실력도 좋아 '다이빙 남자 싱크로 10m 플랫폼'에서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는 사실! 금메달을 보관할 수 있는 작은 주머니까지 만들었으니 당신이 진정 챔피언이요!
그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멘털 관리'하는데 뜨개질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코바늘 뜨기가 나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그때쯤 되면 고난도 창작물도 나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