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이겨낸 꽃이 아름답다
책 선물은 보시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사 오기 전에 많은 책을 처분했다. 상태가 좋은 책을 정말 원하는 사람에게 줘서 아쉬움은 없다. 나에게 과한 물욕은 책 욕심뿐이다. 지적 허영심이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사 올 때 책의 양이 너무 많아 정리를 해야만 했지만 선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성격 급한 나는 무슨 일이든 빨리 해치우려는 성향이 강한데 책 정리만큼은 빨리 하지 못했다. 여러 번 보고 오래된 책이지만 절대 처분할 수 없는 책들도 있다.
아직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눈에 띄는 책...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난 아끼는 책도 참 험하게 다루는구나... 빨간 표지에 컵 자국도 있고 종이가 많이 바랬다. 여기저기 접기도 하고 포스트잇도 붙이고 연필로 동그라미도 쳐져있다. 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책중의 하나...
책의 저자인 마루야마 겐지는 얼핏 보면 아웃사이더로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본인이 원하는 일만 하면서 살아간다. 정원 가꾸는 일과 글쓰기... 그리고 많은 사람 만나는 것을 싫어해서 외진 곳에서 살아간다. 이보다 더 부러울 수는 없다.
이번 캘리그래프 문구는 사실 카피라 해야 맞을 것이다. 좋아하는 책의 목차에서 건졌으니 말이다. 이 책은 목차만 봐도 읽고 싶어 안달 나는 책이다.
12월. 가장 아름다운 장미는 바람에 단련된 것이다(123p)
살짝 편집(?)을 해본다. 바람을 이겨낸 꽃이 아름답다...
첫 번째 리스 문양 캘리그래피는 빈 구석이 많아 보였다. 눈이 뻑뻑해서 여러 번 깜빡이면서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한 템포 쉬었다가 다시 해본다.
여러 번 연습했던 장미꽃은 아직도 자신이 없다. 물이 과해서 색감이 흐려지긴 했지만 덧칠은 하지 않았다. 붓 자국도 적당히가 넘어서면 어색해지기 때문이다.
욕심이 과해지면 역시나 사족이 많이 붙는다. 꽉 채운 느낌을 내려고 꽃잎을 여기저기 흩뿌렸더니 조잡스러운 느낌이 없진 않으나 이 정도에서 만족한다. 앞으로도 계속 그려야 하니까...
뭐든지 하면 할수록 조금씩 나아지는 건 맞는 것 같다. 내가 봐도 여러 번 할수록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보인다. 집중력을 위해서는 뭐든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하면 좋다. 당 보충도 할 수 있으면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