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단 말보다 겸손하다는 말
'샬롯'이라는 이름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어준 동화계의 고전 '샬롯의 거미줄'
여러 번 읽고 조카들에게 선물도 한 책이지만 영화로 보는 건 처음이다.
'오! 다코타 패닝이 나온 영화였네!'
개봉 직후에는 각색을 많이 했다는 이유로 비판도 많이 받았던 걸로 기억하지만 원작에서 크게 벗어났다는 느낌은 없었다. 원래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나 드라마는 없다고 생각한다.
원작과 비교는 잠시 걷어두고...
영화는 나름 괜찮았다.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더빙 한 동물 목소리를 찾는 재미도 있고, 제일 놀랐던 건 샬롯의 목소리... 줄리아 로버츠의 역할이었다는 걸 전혀 모르고 봤기 때문에 영화 보는 내내 감탄했다.
'저 중저음의 우아한 여자 목소리는 누구지?'
작고 약하게 태어난 돼지는 즉시 처분되는 농장에서, 돼지는 농장주인 딸 다코타 패닝의 고집으로 살 수 있게 되는데 그 이후부터 흥미진진!
겨울이 오기 전, 돼지 윌버는 햄이 될 운명이라는 동물들의 수군거림에 좌절한다. 하지만 친구가 되어준 거미 샬롯의 도움으로 하룻밤만에 동네 유명 스타가 되는 꿈같은 일이 벌어진다.
샬롯이 거미줄에 써넣은 글씨는 '대단한 돼지'에서 시작해 '근사한', '눈부신', 그리고 최종 품평회에서 쓰인 글씨는 '겸손한'
윌버는 결국 햄이나 바비큐로 생을 마감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거미줄에 써진 글씨를 보고 신이 내린 계시처럼 여겼기 때문에 감히 햄 따위로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인간은 얼마나 간사한가!'
축사에서 벌어지는 동물들의 대화와 행동은 또 다른 인간 세계의 축소판이 된다. 이기적인 쥐 템플텐은 먹을 것 밖에는 관심이 없고 모든 동물들에게 멸시당한다. 하지만 다른 동물들에게 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에 템플텐의 기지로 골치 아픈 일들이 해결된다. 먹을 것을 준다는 조건만 내건다면...
전적으로 악한 동물도, 선한 동물도 없다. 그냥 그대로의 특성일 뿐이다.
'샬롯의 거미줄'은 결코 단순한 스토리가 아니다.
'자신을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삶은 충분히 좋게 흘러간다.'라고 틀에 박힌 독서감상문을 쓸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 샬롯처럼 내가 먼저 손 내밀어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템플텐같은 이기적인 인간도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특별히 문제 될 것도 없다. 오히려 각자의 개인주의가 도움이 된다. 자기 앞가림이나 잘하는 게 우선이라는 거다.
아이들에게 이 책의 감상을 물어보면, 동물들의 대화가 재밌고 거미줄에 쓰인 글씨 장면 자체로도 좋아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독서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책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작품은 어른들에게 더 권장하고 싶은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어른의 시선으로 보는 부분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도태되었다는 느낌이 들고 순간순간 무력감에 빠질 때라도 진정으로 응원해주는 한 사람이 있는가, 누군가에게 내가 먼저 다가 가본 적이 있는가, 평생 봉사만 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는데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살고 있진 않은가, 항상 의지할 대상을 찾고 있진 않은가...
샬롯의 거미줄에 '근사해'라고 씌었을 때는 근사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 샬롯의 거미줄 > ~ E.B. 화이트
대망의 마지막 문구는 '겸손한'이었다. 샬롯이 혼신을 다해 마지막으로 짜냈던 거미줄...
그녀는 많은 알과 이 문구를 남긴 채 떠났지만, 이보다 더 큰 칭찬이 있을까? 그녀의 최고의 작품이다.
거만하고 권위적인 꼰대들과 일해보면 느낄 수 있다.
'아, 신물 난다. 겸손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원작, 영화 모두 좋았다. 한국어 더빙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영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최고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