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꽃이야?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

by 샬롯

또 꽃이야?

그래도 색을 입힐 때 희열이 있다. 2B 연필로 옅은 스케치를 할 때는 밍밍하던 대충의 그림이 그래도 색깔을 칠하고 멀리서 보면 괜찮아 보인다.


강사는 해바라기가 어색한 이유를 설명한다. 동그라미 부분이 너무 동그라미라는 것이다.

'너무 동그라미는 뭔 소리래?'

자연스러운 원형이 아닌 컴퍼스로 그린 듯한 모양새라는 소리다.

나에게 꽉 막힌 외골수적 기질이 있다는 걸 부인하진 못하겠다.

완성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삐죽 튀어나온 잎도 그릴 수 있는,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게 보였다.

자연에는 일정한 규칙도 있지만 불규칙도 많다는 것을 머리로만 아는 듯 보였다.

강사는 풍경화나 세밀화 등의 그림들을 많이 보다 보면 좀 더 자연스럽게 그릴 수 있을 거란 말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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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오히려 초록 이파리를 더 좋아한다는 걸.

꽃 자체보다는 그러데이션 기법으로 색 입히는 과정에 더 몰입하게 된다는 사실...




난 마스크 시국에도 운동할 때 빼고는 웬만하면 화장을 한다. 진한 화장은 피하지만 화장하는 게 즐거울 때가 많다. 반대로 화장하기 싫은 날은 우울과 무기력의 강도를 잴 수 있는 바로미터로 활용해도 무방하다.


회사에서 거리를 두고 지내던 그녀는 가끔 친한 척하며 한 마디씩 건네곤 했다.

"참 부지런하네요, 난 아침잠을 10분이라도 더 자고 싶지 출근 전에 화장할 시간이 없던데... 특히 요즘에는..."

"전 얼굴에 색칠하는 거 좋아합니다."

색칠한다는 표현이 웃겼는지 그녀는 지나치게 크게 깔깔거렸다.


화장하는 게 하나도 귀찮지 않다. 마스크 쓰는 이 시국에 맨얼굴로 다니는 여자들이 많지만

난 운동과 장 볼 때만 빼고는 대부분 화장을 하고 외출한다.

화장하는 시간은 10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볼터치부터 마스카라까지 할 건 다 한다.

워낙 손에 익어서이기도 하지만 그 시간을 즐긴다. 화장 전후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는 게 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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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은 달콤하지만 반드시 녹는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큰 기쁨이 아니라 여러 번의 기쁨이 중요하다. <행복의 기원> ~서은국



나에게 기쁨을 주는 요소는 뭔가 나열해본다.

운동, 음악, 그림, 캘리그래피, 유튜브, 커피, 음식, 맥주, 화장, 독서, 글쓰기...

어쨌든 우울을 밀어내는 요소들이 하나씩 늘어서 그걸 기쁨의 요소로 삼고 있는 요즘이다.

계속 늘어나면 좋겠지.

독서와 글쓰기가 끄트머리에 자리한다는 거, 사람이 빠져있다는 거...

안타깝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