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건 사람이지
그 호텔에서 난 마지막 근무 날을 열흘 앞두고 귀신과 대면했다. 그것도 오전 출근길에...
일요일, 월요일 이틀 휴무일이 끝나고 출근을 해보면 항상 청소팀이 짐을 싸고 있거나 이미 새로운 청소팀이 일을 하고 있었다. 두세 번 겪다 보니 도대체 원인이 뭘까 궁금해졌다. 좋게 말해 궁금한 거지 어이없어 화가 났다.
짐작이 가는 부분이 없진 않았다. 그 늙은 여자 사장은 직원 휴무날엔 풀타임으로 호텔에 상주한다. 다른 직원의 입을 통해 들은 말은 여사장이 하루 종일 청소팀을 쫓아다니면서 잔소리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그걸 견디지 못하고 하루 만에 청소팀이 짐을 싸는 거였다.
그날도 이틀을 쉬고 출근을 하는 길이었다. 1층 복도 끝쪽 후문으로 들어서니 낯선 여자가 내 앞으로 걸어왔다. 그녀는 나에게 손님이냐고 물었다.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데, 웬일인지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냥 프런트로 향했다.
'청소팀이 또 바뀌었네? 참 징글징글하다.'
프런트에 들어서서 매니저에게 가볍게 인사하며 묻는다.
"청소팀이 또 바뀌었어요?"
"아니요."
"복도에서 나한테 손님이냐고 묻던 여자는 누군가요?"
"아직 출근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요."
매니저와 함께 1층 복도 cctv를 확인해본다.
내가 복도 끝에서 잠시 멈칫하는 모습이 보인다. 복도에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이런 게 귀신인가요?"
"오래된 호텔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네?"
"무서워요?"
"사람이 무섭지 귀신이 뭐가 무서워요?
아무 생각 없이 나온 말이었다.
참 묘한 경험이지만 무섭진 않았다.
매니저가 아무렇지도 않게, 있을 수 있는 일이라 말하는 게 어이가 없었다.
"참 터가 센 곳이구만"
일부러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무섭지 않다며? 근데 왜 움찔했어?'
그 후로 난 퇴사를 했고 다시는 귀신 보는 일은 없었다.
오늘은 새로운 기법?
강사는 드로잉 펜으로 스케치하고 그 위에 물감으로 바탕색을 칠해보라고 말했다.
"물감이 번지지 않나요?"
"네."
"번질 것 같은데, 안 번진다고요?"
"안 번집니다."
난 경험 많은 강사의 말도 참 여러 번 확인하는 스타일이네. 사람 말을 참 못 믿는구나.
강사 입장에선 짜증이 날 법한데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나, 사람에 대한 상처가 꽤나 깊은 사람이구나...'
드로잉 펜은 굵기를 다른 두 종류를 썼지만 차이가 없어 보였다. 완성하고 강사에게 물으니, 얇은 펜을 사용할 때 너무 힘을 줘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필로 스케치하듯이 힘을 빼고 그렸으면 좋았을 뻔했다고 말했다. 어쩐지 너무 힘을 줘서 펜의 끝이 약간 휘어 있는 모습이다.
'난 뭐든지 처음 사용해보는 것들에 대한, 첫 경험에 대한 어설픔이 예외 없이 적용되네.'
그림과 글씨를 쓸 때도 나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스타일이나 색감에서조차...
Life goes on...
삶은 계속된다면서 따뜻한 색감이 하나도 없네...
보라색을 쓰고 싶어 흐리게 색을 깔았지만 좀 더 과감하게 여러 색을 써볼걸 후회된다.
커리큘럼이 하나씩 완성될 때마다 잘 몰랐던 내 특성 자체가 그림과 글씨에 그대로 묻어 나온다는 당연한 사실에 귀신을 봤을 때처럼 움찔한다.
자연스럽게 따뜻한 그림이 나오면 좋으련만...
나도 잘 모르겠다. 아직 어설프게 하나씩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