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싫어지기 시작하면

반려식물을 키운다던데...

by 샬롯

배움의 장소인 문화센터에서도 꼰대 짓을 하고 서열을 따지다니...

유치하고 한심해서 한숨이 나온다.


그동안 수많은 인간 부류들을 겪어 왔으면서도 그러려니 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받는 난 또 뭔가?

얼마나 더 겪어야 무심해질 수 있을까? 동굴에 들어가 혼자 살지 않는 한, 감내하거나 피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는 없다.

난 삼세 번 만 참고 기다렸다가 피하는 쪽을 택했다. 수업시간을 어렵게 바꿨다.


추석 연휴만 지나도 공기부터 찬 기운이 돈다. 10월을 코앞에 두고 난방도 한 번쯤 돌려줘야 할 시기가 자연스럽게 올텐 데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덥다고 지나치게 큰소리로 왕왕댄다.

외모만 봐서는 65세쯤 되어 보이지만 자세한 건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항상 바쁜 걸 강조하며, 자기가 얼마나 없는 시간 쪼개어 문화센터에 나오는지 귀에 피가 나도록 반복해서 말한다. 또한 그녀가 바쁜 이유는 사업(?) 때문임을 힘주어 말한다.


취미로 배우면서도 자기보다 스무 살 이상 어린 사람들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경쟁하려 든다.

강사들이나 그 누구도 수업 중 절대 받지 않는 전화를 큰소리로 받고 길게 통화한다. 수시로 울리는 큰 벨소리에, 원하지 않는 사적인 통화내용을 듣고 있어야만 한다.

강사나 수강생, 그 누구도 지적할 수 없다. 나이가 제일 많다는 이유로...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개인차가 크고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고 곱게 늙어간다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것인가.

매년 빠르게 나이 듦이 느껴지는 몸과 마음의 변화...

저렇게 늙지는 말아야겠다 결심으로만 끝날 문제가 아니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요즘애들'이라는 말을 삼가고, 끊임없이 명상과 마음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로 대접받으려는 생각 자체를 끊어내야 한다. 저런 모습이 내 안에 있진 않은지 조심하자는 다짐을 하고 또 한다.



"점점 사람이 싫어져요. 그래서 동물들이 좋다가 이제는 식물이 좋아요. 그중에서도 피었다 지는 꽃이."

나는 그 말을 이해한다. 다만 우리는 천국에 있지 않다. 어떻게 하든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을 이해하며 살아내야 한다.


- 공지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 시국의 영향도 있고 원래부터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도 이제부터 집에 화분을 들여놓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은 벌레가 생길 것 같아 그 흔한 공기정화식물 하나 들여놓지 않았었다. 최근 들어 동물 관련 유튜브를 많이 본다거나 갑자기 고양이가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몰려올 때면, 내가 책임질 수 있는지 깊게 생각해보고 도리질을 친다. 한때 유행처럼 보였던 다육식물도 관심이 가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 난 정말 인간을 피해 동굴에서 사는 게 꿈인 걸까?'

'사랑의 마음'을 키우기 위해 하트를 열심히 그려대고 있는 내가 참 이율배반적이다. (장난하니?)

글로 써서 털어버리자는 심사인 건가?




새로운 기법을 설명하는 강사가 유난히 달리 보인다.

'그래, 이런저런 수강생들 상대하느라 당신도 애쓰고 있구나.'

밥벌이의 모든 노동은 숭고하다.


드로잉 펜 하나로만 그리는 'zen tangle'은 처음엔 흥미가 없었다.

애들 장난 같기도 하고 계속 반복되는 문양을 채워 넣는 게 지루해 보였다.

하지만 뭐든 직접 해봐야 아는 것! (경험한 것만 내꺼다.)

나중엔 놀랍도록 집중해있는 나를 발견한다. 결국 몰입이 답인가?

지나치게 급한 성격 개조에 이보다 더 좋은 그림 기법은 없다. 집중하는 시간이 짧은 사람에게도...


그림에 맞는 문구가 떠오르지 않아 간결하게 영어로 써본다.

black swan...

뭐, 다른 문구가 필요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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