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불태웠다
예전만큼 독서를 많이 하지 못(안)하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유튜브 중독이기 때문이다. 인정을 안 할 수가 없다.
이 세상엔 읽어야 할 책도 많지만 보고 싶은 유튜브도 너무나 많다. 걸러내야 할 가십거리는 패스하고 '방탄 TV'만 봐도 시간이 훌쩍 간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것을 부모들이 왜 그렇게 몸서리치는지 알 것만 같다. 우선 집중력이 떨어진다. 흥미위주로 골라 볼 수 있기 때문에 자극적인 것도 많다. 유튜브 영상도 3분이 넘어가면 스킵하고 싶어 진다. 그러니 책장을 진득하게 넘길 수가 없다. 물론 도움 되는 영상도 많다. 최근 알게 된 광고 없는 클래식 채널을 구독하면서 고요한 새벽시간을 즐기게 됐다.
'zen tangle' 기법은 할수록 재밌었다. 스케치는 100% 창작이 아니더라도 그 안에 어떤 문양을 채워 넣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천차만별이다. 드로잉 펜 하나로 이런 미학이 탄생되나 싶고 무엇보다 짧았던 집중력 개선에 도움이 된 것 같았다.
강사는 긴 추석 연휴 동안 액자에 넣을 만한 작품을 만들어보기를 원했다. 엽서 크기 정도를 생각했지만 강사는 안 된다고 강하게 말한다. A4 크기로 작품을 완성해보는 것도 해볼 만하다는 거였다.
'아, 그런 크기는 자신 없는데...'
긴 연휴 동안 2박 3일 외출을 제외하고는 날을 잡아 완성했다. 하루 종일 클래식 유튜브 채널을 틀어놓고 집중했다. 눈알이 빠질 듯한 피곤함이 몰려왔다. 적당한 피로감... 때로는 필요하다.
나란 사람은 재미가 없으면 책도, 사람도 알아가는 과정 중에 중단하는 인간인데, 진득이 엉덩이가 의자에서 떨어지질 않는 걸 보면서 나 자신도 신기했다. 학점이 주어지는 과제물도 아닌데 말이다.
아트 메이트 스케치북에 열심히 그려대고 펜 끝이 휠 정도로 완성한 후 세워 놓고 보니, 그럴듯했다. 성취감이 몰려온다. 다이소에서 산 이 천 원짜리 액자는 심플했다. 스케치북을 뜯어 끝을 잘라내고 액자에 꽂으니 또 다른 멋이 난다.
'와우!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 어디서 들어본 말인데...
낱장 종이로 봤을 때보다 액자에 끼우고 나니 그림 자체가 업그레이드된 기분이 든다.
어설픈 사인을 하고 액자를 바라본다.
'그래, 하루를 통째로 투자한 결과물이 이렇게 나오는 거네.'
화가들의 전시용 작품들이 왜 하나같이 액자 속에 들어 있는지 알 것만 같다. 당연한 소리!
긴 연휴 후 이 주만에 다시 찾은 문화센터는 한산했다.
시골이 고향이라던 강사는 연휴 동안 고향 힐링을 하고 왔는지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그녀는 한껏 업된 목소리에, 예전보다 살이 붙은 모습으로 내 그림을 지나치게(?) 칭찬해준다. 역시 소름 끼치게 촉이 정확했다.
'웬일이야?' (삐딱선은 타지 말자)
그래도 칭찬은 마음을 부드럽게 하는 건지, 업된 강사의 에너지가 나에게 전염됐는지, 기분이 좋아진다. 시간 투자와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얼마든지 계속 더 나은 결과물을 내보고 싶다. 어설픈 결과물이 나오면 액자에 집어넣기도 민망하기 때문이다.
앤디 워홀은 '생각은 풍부하게, 외형은 조촐하게'라고 말했지만, 역시 외형까지 갖춰지면 좋아 보일 수밖에 없다.
순수하고 독창적인 나만의 글과 그림은 언제쯤 창작물이 되어서 나올 수 있을까?
이봐, 자기 자신처럼 소리 내는 건 때때로 오래 걸릴 수도 있어.
- 마일즈 데이비스
하지만 예전 지나가는 말로 했던 동생의 말이 환청처럼 들린다.
'언니는 돈 안 되는 일에는 참 집중을 잘하네...'
그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