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글감이 생긴다
이젠 작은 변화가 아닌 큰 변화가 필요할 때가 아닐까 싶다. 생활의 고단함을 예술로 승화한다고 그럴듯하게 말하고 싶지만 내 글이 그 정도는 아니다.
아직 쓰고 싶고,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써야 할 글은 시작도 못했다. 한쪽으로 치우친 주제가 있긴 한데 쓸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과거를 떠올려서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 부분이 힘든 거였다. 한 번쯤은 꼭 써야만 할 것 같은데 세세한 기억을 떠올리다 보면 마음이 좋지가 않다. 다 쓰고 나면 '배설욕구'가 해소된 듯한 감정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내 첫 에세이가 세상에 나왔을 때 가족들의 냉랭했던 반응을 기억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왜 가족 얘기를 쓰냐며 화를 냈고 결혼한 여동생과는 한동안 연락하지 않고 지냈다. 그게 뭐 자랑이라고 책에 쓰냐며 화를 냈다. 그 당시 나도 동생의 반응이 이해가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글쓰기 카페에 털어놓으니, 멘토 역할을 했던 선생님도 처음 에세이 책이 나왔을 때 똑같은 반응이었다고 말씀하셨다. 과거 가족관계를 풀어놓으며 스스로는 마음치유가 된 듯하나, 그 글을 본 타가족들이 화를 냈다면 아직 그 가족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남아 있다고 보면 된다는 거였다. 그래서 에세이, 논픽션은 쓸 때와 세상에 펼쳐질 때의 무게감이 다르다. 가깝게 지내는 사람 중에 글 쓰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 얘기가 누군가의 글감이 될 수도 있다.
아직 경험치의 한계를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 글감을 얻기 위해 우여곡절 많은 삶을 살고 싶진 않다. 하지만 내 방 안에서 하루 종일 머리 싸매고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사소하지만 넙죽 낚아채는 글감은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자위하고 있다.
나에게 무한정 시간이 주어져도 온전히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또 글쓰기만큼 밥벌이도 중요하다. 모든 것이 필연적이다. 우연은 없다. 때가 오길 기다린다. 쓰면서...
'내맡김의 법칙'을 믿어보기로 했다. 될 일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