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3개월 넘게 진행된 수채 캘리 수업은 재밌었고 뜻밖에 집중력을 발휘했다. 마무리 시점에서 난 뭘 얻었나를 생각해 본다. 수채물감을 이용한 그림 작업은 초등교육 이후로 처음이었기 때문에 색칠 작업은 신선했다. 관종들을 극혐 하는 나로서도 작품에 대한 칭찬과 관심은 싫지 않았다. 내가 뭐 별다른 특별한 인간인 줄 착각도 했나 보다. 그게 본성이지.
그림으로 테라피하는 수업들이 왜 곳곳에 퍼져있는지 알 것도 같았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경험도 했다. 순간적일지라도...
글씨 문구를 생각하면서 좋은 글귀도 많이 찾아봤다. 생전 관심 없었던 미술책에도 관심이 생겨났다. 남준이가 읽었던 '방구석 미술관'도 장바구니에 집어넣어 본다.
집중력 향상, 마음테라피... 뭔가 내가 얻은 눈에 띄는 요소를 찾아보려는 마음이 들자, 그게 그다지 중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기 시작했다.
그보다 중요한 건 문화센터 배움의 공간도 또 하나의 소규모 집단이라는 깨달음이었다. 당연하게도 여기도 여러 인간 부류가 있다. 나사가 몇 개쯤 빠져있는 타인을 보기도 하고 수업 자체보다도 자신의 개인사를 쏟아낼 곳이 없어 강사에게 다 토해내는 듯 끊임없이 떠드는 사람도 있었다. 외출은 오로지 문화센터 한 곳인 듯 튀는 옷차림에 병적인 관종 행동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나이로 서열을 매기고 싶어 하는 안쓰러운 늙은 여자들도 수두룩 했다.
결국 어딜 가나 사람이 있다. 그 불특정 다수라는 인간 세계...
감내할 부분은 감내하고, 느끼고, 깨달으며 반면교사 역할을 하는 인간 세계...
우린 좋은 사람을 보면서도 배우지만, 부정적인 인간들을 보면서도 깨달음이 온다.
강사들의 노고 또한 알게 됐다.
구청에서 요구하는, 강사료를 싸게 후려치는(?) 그다지 원치 않는 강좌도 맡아야만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 누구나 조금씩 감내하고 스트레스받아가면 일한다는 것도 가슴으로 이해하게 됐다.
이 다양한 불특정 다수를 상대해내야만 하는 강사들의 업무도 참으로 고달프겠다는 것도... 한두 번 수업에 참여해보고 본인 맘에 들지 않으면 환불을 요구하는 수강생까지 부드럽고 침착하게 대처해낼 스킬까지 갖춰야 하는 그들의 모습을 곁눈질로 보게 되었다.
그들도 나름 고충이 많으며,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다들 한 줌 이상씩의 어려움을 껴안고 살아간다. 이런 깨달음이 내가 선택해서 배우고자 했던 취미 수업에서 받게 되는 교훈이 될 줄은 몰랐다. 묵묵히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그들을 마음속으로 응원해본다.
마지막 수업이지만 마지막은 아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바빠진 일상에 컨디션을 끌어올린 후 또 다른 커리큘럼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한다.
마지막 수업이라 해서 별다른 건 없었다. 하지만 그동안 거의 낱장으로 활용하던 종이를 나무판자에 붙여 캔버스로 만들어 본다.
280g짜리 종이를 앞뒤로 물을 흠뻑 뿌린다. 분사력이 좋은 분무기를 활용했더니 골고루 물을 머금는다. 앞뒤로 잘 뿌리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난 언제나 기다림의 연속...
종이가 어느 정도 마른 후에 나무판자에 잘 덧씌운다. 뻣뻣하던 종이가 한결 부드러워졌기 때문에 모서리 부분도 뒤로 잘 감춰주고 스테이플러로 고정한다. 그럼 그림 준비 끝!
커피와 관련된 주제로 정해진 후 난 한 참을 고민한다. 그림보다 문구가 항상 고민의 대부분이다.
커피나 카페와 관련된 문구를 떠올리자마자 한창 흥얼거리던 한 노래가 떠오른다. 한 번 떠오르자 입안에서 계속 맴돈다. 결국 다른 문구를 떠올릴 수조차 없다. 간결하고 간지러운 목소리가 매력적인 이 노래 제목으로 정한다.
인생은 심각하지 않게, 간결하게, 되도록 즐겁게, 앞으로도 꾸준히 그림 그리고 글 쓰면서 계속 살아갈 거라 예상해본다.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 10cm
사랑은
은하수 다방 문 앞에서 만나
홍차와 냉커피를 마시며
매일 똑같은 노래를 듣다가 온다네
그대는
물에 젖지 않은 성냥개비 같죠
아무리 싫은 표정 지어도
불타는 그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네
그대 나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주오
나는 찻잔에
무지개를 띄워주리
하루도 이틀도 사흘도 배겨낼 수가 없네
못 살고 못 죽고 그대 없는
홍대 상수동 신촌 이대 이태원
걸어 다닐 수도 없지
그대 나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주오
나는 찻잔에
무지개를 띄워주리
그대 그대 그대
그대 그대 그대
그대 그대 그대
대박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