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이 싱크대를 보더니 하는 말,
"사람 사는 집 맞아? 물기 하나 없이 깨끗하잖아! 뭘 해 먹고사는 거야?"
"뭘 해 먹지 않아."
내가 싱크대 수도꼭지를 틀 땐 커피 끓일 물을 받을 때만 적용된다. 청소를 잘해서도, 깔끔해서도 아니라 아예 쓰질 않기 때문에 싱크대가 깨끗하다.
먼지는 있겠지, 아예 쓰질 않으니까...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다. 마흔 넘어 뒤늦게 부모님 품에서 독립하면서 아기자기한 그릇과 취사도구들을 사모았지만 몇 번 쓰지도 않았다.
사십 년 인생 동안 엄마 밥을 먹고 살아오면서 내가 독립하면 맨날 된장찌개 끓여서 웰빙으로 먹고 살 줄 알았다.
막상 해보니 재료 낭비, 시간낭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고 음식물 쓰레기만 양산하다가 손을 뗐다. 이제 냉장고엔 양파, 파, 상추나 그런 재료들은 없다. 각종 음료수만 즐비하다.
1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간편한 먹거리도 다양해졌다. 집밥만 고집하던 예전의 나라면 절대 안 먹었을 빵도 가끔 먹는다.(기본적으로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끼니를 때우는 데 있어서 유연해 진건 확실하다.
작은 시장통에 반찬가게만 십 여군 데다. 유일하게 비치된 햇반과 반찬가게 음식으로도 충분하다.(오히려 소박한 식사를 좋아하니까) 가끔 속이 허하다 싶으면 설렁탕이나 순댓국을 사 먹는다. 재료와 비용, 시간을 공들인 내 음식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하지만 유튜브 요리 채널을 보게 되면서 요리가 하고 싶어 졌다. 당장 시작은 못하고 있지만 시간과 비용을 절약한 간단한 조리법에는 눈길이 간다.
20년 이상 식당을 운영하신 엄마의 맛난 음식을 먹어온 내가, 시작만 한다면 중간 이상 요리는 나올 것이다.(착각일 수도) 음식도 맛있는 걸 먹어본 사람이 잘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