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일을 구체적으로 써본다면
몇 개까지 쓸 수 있을까?
1. 부모님이 아직 건강하셔서 감사하다.
~ 건강하시지만 엄마는 뚱뚱, 아빠는 가족 걱정 무시하고 이 시국에 매일 바둑 두러 나가심.
2. 조카들이 예쁘게 잘 크고 있어서 감사하다.
~ 집콕으로 게임과 유튜브 중독 의심 정황.
3. 여동생의 안정적인 결혼생활이 감사하다.
~ 실업 걱정 없는 공무원 남편에게 여동생 본인은 감사함이 없다.
4. 남동생의 두 번째 아가가 건강하게 태어나서 감사하다.
~ 현재 베트남에 살고 있어서 사진으로만 봐서 아쉽.
5. 아직 건강해서 감사하다.
~ 내 나이에 벌써 지병으로 누워 지내는 주변인들 많음.
6. 운동할 수 있는 의지가 있어서 감사하다.
~ 독서와 글쓰기도 이런 의지가 생기면 좋으련만.
7. 아직 코로나에 걸리지 않아서 감사하다.
~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도 더 이상 청정지역이 아니다.
8. 지지부진해도 독서와 글쓰기가 회복되어 감사하다.
~ 이제 책이 넘겨지고 포장지 설명서도 읽는 강박증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
9. 꼭 카페(스터디 카페 포함)나 도서관에서만 되던 독서와 글쓰기를 집구석 책상 앞에서도 하기 시작해서 감사하다.
~ 현재 모든 카페가 셧다운이나 마찬가지 상황. 테이크아웃만 되니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적응할 수밖에.
10. 무기력과 우울이 심하지 않아서 감사하다.
~ 이걸 해서 뭐하나, 무슨 의미가 있나, 이런 허무주의에서 빠져나왔다 '어차피 죽을 건데 왜 사나?'까지 안 가서 다행.
11. 아직 왕성한 식욕에 감사하다.
~ 과식으로 가지는 않으니, 이런 식욕은 건강함의 증거.
12. 시간이 지나면, 좀 기다리면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어 감사하다.
~ 내년에 좋아질 거라는 가정하에 내년 계획을 세우고 있는 나.
감사함 목록을 쓸 때도 사족이 붙는 현재의 심리상태는 평온함을 유지하려고 애쓰면서도 때때로 화가 나는 그런 상태임을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