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간 마스크 쓰고 다니며, 구직활동을 아예 안 한건 아니었다.
소소하지만(?) 마음속에 남겨두지 않고, 써서 잊어버리는 방법을 택했다. 거창하게 말하면 예술가들이 고통을 작품으로 승화하는 방법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자위해본다.
도봉구 리OO 호텔
지배인 포함 10명 직원 규모
지배인 ; 나이가 많으신데 결혼하셨어요?
샬롯 ; 아니요.
지배인 ; 아이는 있으세요?
샬롯; 네? 결혼을 안 했는데 아이가 있을 수 있나요?
지배인 ; (기묘하게 씩 웃으며) 있을 수도 있죠.
어이없어서 표정관리가 안되고 침묵하니, 예전에 그런 직원이 있어서 물어본 거라며 얼버무렸다.
제가 적임자가 아닌 것 같으니 개인정보가 상세히 적힌 이력서를 다시 주셨으면 좋겠다고 최대한 정중하게(?) 부탁하고 이력서를 되받아 나왔다.
서초동 뉴O호텔
대표 포함 직원 9명 규모
사장 ; 결혼하셨나요?
샬롯 ; 아니요
사장 ; 왜 때문에요?
샬롯 ; 네? 아, 때를 놓쳤죠. 결혼 생각은 앞으로도 없기 때문에... (바보같이 죄지은 사람처럼 웅얼댔다.)
사장 ; 남들 두세 번 할 동안 뭐했어요?
샬롯 ; 네? 아, 결혼 생각이 없어서요.
나중에 알고 보니 52세 그 사장은 미혼이었다.
다음 날, 출근할 수 있냐는 전화를 받았지만 적임자가 아닌 것 같다는 정중한 말투로(또?) 거절했다.
구로구 야O호텔
지배인 포함 9명 규모
애인 유무, 음주 흡연 여부, 종교, 혈액형, 부모님 고향, 내 고향 등등 30여 가지를 묻고 갑자기 자신이 싫어하는(?) 여직원 복장을 설명한다.
1. 치마 입는 것 안된다.
2. 여름에 맨발로 샌들 신는 것 안 된다.
3. 머리는 풀든 묶든 상관없지만 삔 꽂는 건 안 된다.
4. 눈이 나쁘면 렌즈 껴야 한다.
5. 반지는 껴도 되지만 네일아트는 안 된다.
직접적으로 업무와 관련 있는 질문을 전혀 하지 않았다. 호텔 전용 컴퓨터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그걸 사용 가능한지를 먼저 물어봐야 하는데 희한했다.
조용히 듣고만 있는데 질문할 건 없냐고 물어보길래 "없다"라고 대답하니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너무 어이없어하는 표정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끝까지 예의를 지키느라 힘들었다.
제 기준,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는 에피소드다. 누군가에게는 정상 범주 안에 들어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기막힌 막장 에피소드가 있으나, 실명을 거론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나중에 소설을 쓰게 된다면 픽션인 것처럼 써보는 건 어떨까 싶다. 나 자신이 구차스럽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