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64일 차

앤작 데이, 르 꼬르동 졸업반이 만든 케이크을 먹었다.

by 백윤호

낮밤이 바뀐 이후로 오전은 나의 시간이 됐다. 잠은 6시간 정도. 나머지는 온전히 나의 시간이다.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에 6시간은 쓰는 정도인 듯 하다.

커피를 입에 달고 사니 몸이 걱정됐다. 밥도 하루 한끼가 최대. 비타민제라도 하나 사서 먹어야하나 싶어 콜스를 가니 문이 닫혀있다. 예전에 일했던 스시집에 가서 물었다.

"오늘 앤작 데이잖아. 1시부터 문열거야."

잠시 기다리니 콜스가 연다. 이것저것 싼 맛에 충동구매한다. 그리고 원래 목적 '베로카'를 샀다.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몰라 가장 조그마한 것을 샀다. 집에 돌아와 하나 타 먹는다. '푸쉬쉬' 녹는 소리와 함께 기포가 모락모락 올라온다. 한 잔 살짝 마셔본다. 아뿔싸, 탄산이다. 나는 탄산을 못 먹는다. 콜라, 사이다는 물론 맥주조차. 버릴 순 없어서 꿀떡꿀떡 억지로 마신다. 그래도 심한 탄산은 아니라 겨우 마실 수 있었다.효과는 좋다. 하루종일 피곤하지 않는다. 에너지가 필요할 때 수액 맞는 기분으로 하나씩 먹으면 좋을 듯 하다. 출근 전에 하나 챙겨먹는다.

야간 운전을 하다보니 차가 없어 좋다. 이곳에서 야간에 차를 보는 경우는 드문 경우. 시티 내에서도 차가 거의 없다. 운전하기에는 편하지만 길을 익히며 가는게 문제. 구글신이 안계시면 꼼짝없이 지도를 보며 가야한다. 구글은 역시 신인듯. 다만 우리나라의 내비게이션처럼 친절하진 않다. 가끔 GPS가 엉뚱한 곳을 잡고 있어 빙글빙글 돌기도 한다. 그래도 호주에서 이정도면 만족하는 편. 어제보다 30분 일찍 나오니 좀 더 한가하게 일할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오면 밥부터 먹는다. 이때 먹는 밥이 첫끼이자 마지막끼.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먹는다. 오늘은 여기에 케잌하나를 추가했다. 친구의 여자친구가 만든 케이크라고. 르 꼬르동 블루를 다닌다는데 내심 그 학교 출신의 요리가 궁금하긴 했다. 그러고보니 나는 이 학교 출신 예비 요리사를 두 명이나 만나보고 그들이 해준 밥을 먹어본 셈이다. 난데 없는 이득.

이크는 생긴 것과는 달리 달지 않다. 삼삼한 맛과 과일 맛(무슨 맛인지는 잘 모르겠다. 워낙 막혀라..._)이 동시에 어우러져 입맛을 깔끔하게 감싼다. 초콜릿이 함께 수저 속으로 들어올 때는 맛은 더 풍부해진다. 이런 케이크가 있다니. 매번 너무 달달하거나 물려서 잘 먹지 못했던 케이크인데 이것은 다르다. 양껏 먹었다.

일을 하면서 이래저래 생각이 많다. 당장의 이사도 걱정이다. 다음주 2일. 드디어 이사를 한다. 28일에 인스팩션을 가기로 했는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제발 편안한 곳이어야 할텐데. 이래저래 이번주는 불안과 설렘의 연속일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