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69일 차

온 몸이 상처투성이. 조금 지쳤다.

by 백윤호

일이 늘었다. 한 사이트를 혼자서 도맡았다. 드디어 달성한 주 1000불 이상. 목표는 어느정도 이뤘지만 몸이 말이 아니다. 손 끝에 상처가 가득하다.

상처에 그렇게 신경쓰진 않지만 일하는데 불편하다. 나 같은 경우 일이 주어지면 악착같이 해버리는 스타일. 일과 나를 동일시하는데 청소도 마찬가지. 어떻게든 시간을 단축시키려고 노력한다. 이번에도 스스로에게 리미트를 걸었는데... 망했다.

주말이 되면 이곳은 술로 가득하다. 이번 주는 특히 심한 듯. 헬스장을 제외한 나머지 사이트는 술을 판다. 이곳 청소는 장난이 아니다. 계속 뒤로 시간이 밀린다. 결국 팀원이 헬프를 온다. 한소리 먹는다.

"너무 느린거 아냐. 열심히 하는 줄 알았는데."

할 말이 없다. 결국에는 내가 늦은 거니까. 자책을 하며 청소를 한다.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지친다. 하루가 길다. 요새들어서 처음으로 긴 하루를 보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럴 땐 치킨이 필요하다. 나는 잘 안풀리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치킨을 먹는다. 바삭하게 익은 후라이드. 한 입 베어 먹으면 하루의 고단함이 날아간다. 그런데 이곳에서 비슷한 맛을 느껴볼 수 있는건... 결국 KFC다. 핫&스파이스로 시켜야 비슷한 맛이 난다. 오리지널은... 최악이다.

치킨을 먹고 배가 부르다. 조금 기분이 괜찮아진다. 스트레스를 푼다는 것이 이리 쉬우면서도 어려운줄 몰랐다. 그래도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것이 주는 안락함은 쉬이 버리기 어렵다. 다시 힘을 내서 일을 해야겠다.

내일이 이사날이다. 이사 전에 준다는 디파짓을 기다리고 있지만 감감무소식. 갈때나 주려나.

"방 정리하고 가야합니다."

셰어마스터가 당부한다. 가기전에 흔적없이 나가야 한다고. 그말에 십분 동의. 차가 있다는 사실이 이럴 땐 좋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고 번잡하게 챙길 것 없다. 차로 옮기면 되니까. 나름대로 리스트를 적어 옮겨야할 것들을 확인하다. 첫 이사. 두근거리면서도 기대된다. 조용한 발갈라를 벗어나 중국인과 레바논인이 많다는 버우드로 들어간다. 그곳에서의 나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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