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71일 차

고단한 하루. 새로운 시작.

by 백윤호

버겁다. 일은 늘었지만 실수도 는다. 이래저래 위험수위를 찍는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큰일날 듯 싶다.

배운대로 행한다는 의미는 나에게 있어 굉장히 어렵다. 특히 기억에 의존한 배움은 더더욱. 권력관계가 다를 시 발생하는 기억의 차이는 더이상 차이가 아니다. 그저 상전의 말이 맞는 것뿐. 이렇게 하루를 배워간다.

잘하고 싶다. 열심히 하는 걸 뛰어넘고 싶다. 일을 한다는 의미를 직접 느껴보고 싶다. 매일 그 생각으로 일을 해 나간다. 절박하다. 그 절박함이 일의 추동력이 된다. 적응을 마친 오늘. 다시 일을 해야 한다.

다시금 다짐과 반복을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처음타는 도로. 맵을 보고 잘 찾아가고 있다. 졸린 눈을 비빈다. 그리고 전화가 울린다.

"미안, 담배피느라 잠시 폰을 두고 간 사이에..."

일 끝나고 픽업하기로 간 친구다. 전화를 안받아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다시 친구를 태우기 위해 스트라스필드로 향한다. 버우드에서 10분 거리. 짐 정리를 끝낸 친구가가 차에 짐을 싣는다. 살았던 집을 슬쩍 구경갔다. 아파트. 넓다란 거실. 병풍처럼 쳐진 이불들. 거실셰어의 흔적이다. 빳빳한 카펫. 흐물거리는 벽. 어두컴컴하지만 꽤 넓었다. 단지 거실셰어라는 개념이 신기할뿐. 마치 군에서 숙영하는 중대장 천막이랄까.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청소를 했다. 방이 너무 더러워 쓸고 닦고. 성이 안차지만 그럭저럭 살만한 곳으로 바꿔놓았다. 거미줄이며 때며 먼지며 죄다 빨아들였다. 이럴 땐 청소 일을 배운게 얼마나 다행인지. 매니저로 된 만큼 베큠을 갔다달라 집주인에게 말했다. 한번 제대로 날 잡고 푸닥거릴 할 생각.

필요한 물품을 샀다. 40불을 썼다. 큰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갔지만 개의치 않는다. 살기 위한 일종의 투자라고 할까. 졸린 눈을 비비벼 짐정리를 했다. 다시 잘 시간. 일할 시간이 다가온다. 오늘의 일은 인스펙션을 앞둔 전 날. 더 꼼꼼히 빡시게 해야된다. 잠시 눈을 붙이고 일 가야겠다. 지금은 일에 더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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