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72일 차

인스펙션을 눈앞에 뒀다. 하루가 무난했다.

by 백윤호

일이 조정됐다. 하나가 빠지고 다른 일로 들어가기로. 오늘은 2개의 일만 하면 된다.

요새 일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이래저래 손에 익지 않는 일을 같이 해야 한다. 시간계산이 자꾸 어긋난다. 쫓아가기에 급급한 일주일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일부러 일찍 나왔다. 시간을 넉넉히 잡고 청소에 매진한다.

청소 일은 일주일이나 2주일에 한 번 인스펙션을 한다. 검사를 하고 어디가 모자란지 알려준다. 심한 경우 그 일을 그만둬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요새는 이 인스펙션 때문에 민감하다. 처음으로 맡은 사이트의 인스펙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부러 찾아가며 구석구석 청소했다. 첫 인스펙션을 무난히 통과해야할텐데.

3개 사이트에서 2개 사이트로 줄어드니 체력이 남는다. 일이 급하지 않고 천천히 해도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잠깐이나마 여유아닌 여유를 부린다. 이동하면서 먹는 커피가 달디 달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밤낮을 바꾸는 일도 이제는 익숙하다. 이 생활을 워홀 끝날 때 까진 가야할텐데.

울컥 했다. 제사 관련 얘기를 하다가 개인사를 꺼냈다. 그런데 안그러던 내가 울컥했다. 무엇때문인지 모르지만 눈시울이 붉어졌고 서러워졌다. 꾹꾹 감정을 눌러담았다. 일이 고되고 힘들어서인가. 아니면 타국이라는 특수상황때문인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펑펑 울고 싶었다. 가슴 속에 가득 찬 무엇가가 턱턱 걸려 내려가지 않는 느낌. 조만간 울든 소리지르든 해야겠다. 소화제가 필요한 시기인듯 하다.

버우드 집에서 무엇을 해먹지 않기로 결정했다. 마스터가 함께 살지 않는 집이 관리가 안된다. 매니저로 임명됐지만(?) 형식상 그럴 뿐 어떠한 권한도 없다. 그저 관리인에 불과하다. 라면하나를 끓여먹기 위해 이래저래 살폈지만 잔뜩 먼지낀 그릇들만 발견했을뿐. 그나마 가스레인지는 토치가 없으면 켜지지도 않는다. 젓가락도 하나 없어 나무젓가락을 슬쩍 사용했다. 이전에 살던 집과는 딴판인 컨디션. 밥은 밖에서 해결하는 걸로.

슬쩍 잠을 청해본다. 오늘은 꿈을 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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