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81일 차

먹는 즐거움 외에는 큰 변화가 없다. 일이 늘었다.

by 백윤호

지루한 일상이 반복된다. 이 일상을 깨뜨리는 건 식도락. 먹는 즐거움이다.

페이가 안정되다보니 쓰는 일에 무감각해진다. 소비를 미덕으로 삼는 자본주의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할까. 한국에서는 한 달 쓸 돈을 계산했어야 한다면 이곳은 주당 쓸 돈을 계산하면 된다. 그만큼 웨이지가 들어오니까. 언젠가 같이 아침을 먹던 사장형이 말했다.

"이곳에 오면 좀비들이 많아. 주급받고 돈만 쓰는 애들. 한국에도 못가. 워홀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니까 시선이 안좋을 거 아냐. 그래서 무턱대고 남아있는거지."

씀씀이가 커지다보니 막상 두려울 때도 있다. 그래도 아침은 절대적으로 사먹어야한다. 이 집에서 무얼 해먹는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모험이다.

버우드 주변은 식당이 많다. 특히 중국음식점. 겁나 많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중국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다니는데 가끔은 무섭기도 한다. 말을 걸면 무조건 중국어. 내 비록 고등학생 때 중국어반이었지만... 기억도 안나는 것을...

그런데 막상 식당에 들어가는게 어렵다. 혼자여서라기 보다는 무얼 먹어야할지 모르겠으니까. 워낙 중국음식은 다양하고 많아서 정작 들어가면 고르는게 일이다. 그렇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써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중국음식을 시킬때는 손가락으로 사진을 가리킨다. 안 그러면 진짜 길게 음식명을 얘기해야한다.

하루 한 끼를 먹기 때문에 되도록 많이 먹는다. 그래도 살이 빠지는게 신기하다. 어제도 사과, 오렌지, 빵 2개, 9불짜리 뷔페식, 음료수를 마셨다. 매일 출근하는 헬스장에서 몸무게를 재니 어제보다 빠졌다. 그렇게 먹어도... 빠진다.

일이 그만큼 육체적인 힘을 요한다. 그래도 한 달 넘게 일하다보니 청소가 늘었다. 팍팍 하다보면 많이 시간이 걸리던 장소도 이젠 2시간 반이면 끝낸다. 예전에 4시간 넘게 하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 일이 늘다보니 시간이 그만큼 남는다. 그 시간은 대부분 팟캐스트를 듣거나 무언갈 읽는다. 그렇게 잠시간의 여유를 즐긴다.

주말이 다가오면 조금 두렵다. 청소의 피크는 주말이다. 호주는 주말만 되면 술을 마시는게 예의(?)라서 청소하는 사람들에게는 고통이다. 술자국은 워낙 지우기도 어렵고 인스펙션의 단골메뉴기 때문에... 게다가 카펫이라는 것이 청소가 생각보다 힘들다. 팀버는 그나마 나은데.

이렇게 적다보면 내가 청소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소위 '떠날 사람'이지만 이 때만큼은 최선을 다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호주 80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