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82일 차

밥을 먹었다. 한식이다.

by 백윤호

주말이다. 금토는 나에게 가장 힘든 시간. 일이 어려워지기 때문. 호주에서 주말은 유흥의 날이다. 술, 도박 등등. 놀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이 날 즐긴다.

내 사이트는 바, 골프장+바, 휘트니스 센터, 오피스로 나뉜다. 오피스야 주말에는 청소를 안하니까 패스. 크게 바와 휘트니스 센터는 주말이 되면 극명히 컨디션이 갈라진다. 휘트니스 센터에 청소는 쉬워진다. 주말에 이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문 편. 평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청소할 수 있다. 반면에 바는 엄청나다. 술자국, 음식물, 어떤 용도로 쓴지 모르겠는 쓰레기들. 어쩔 땐 추가로 1시간 30분을 더 일할때도 있다.

일이 정형화되다보니 삶이 무료하다. 그럴 땐 친구다. 용돈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 밥을 사라고 말했다.

"가자."

무엇이 먹고 싶냐는 물음에 "아무거나."란 성의없는 대답을 했다. 그런데 뭐 아는게 있나. 밥이 먹고 싶다고 하자 이스트우드의 한식당으로 데려간다.

이스트우드는 중국인과 한국인이 많이 사는 동네다. 길을 기점으로 한인촌과 중국인촌이 나뉜다고. 한인촌 지역으로 들어서자 한국 간판이 곳곳에 보인다. 첫 느낌은 뭔가 1980년대 시골을 보는 느낌이랄까. 높은 건물은 없고 2,3층 짜리 키 작은 건물들을 올망졸망 모여있다. 뭔가 정겨운 느낌.

식당에 들어서자 메뉴판이 나온다. 메뉴가 많다. 보쌈, 삼겹살부터 치킨까지. 그러고보면 여기 한인 식당은 치킨이 빠지지 않는다. 해장국집에서도 치킨을 팔 정도니. 역시 치느님의 위력이란. 치킨 반마리를 시켰다. 거기에 밥으로 LA갈비정식, 매운갈비찜정식을 추가했다. 하루 한끼를 먹다보니 먹는 양이 많다. 허겁지겁 밥을 먹는다.

두런두런 얘길 나눈다. 주된 주제는 외국문화. 호주에서 "어디 출신이니?"라고 묻는 것은 예의에 벗어나는 짓이라고.

"여기서 특히, 아시아인종에게 출신 나라를 묻는건 실례야. 솔직히 호주에서 태어난 아시아인이 그런 소리 들으면 기분 좋겠어?"

물론 한국인 같이 타국에서 온 것이 분명한 영어를 어물쩡 하는 외국인이 묻기도 한다고. 그정도는 '모르니까.'로 넘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가끔 큰 실례를 하는 경우가 있다.

"호주에서 태어난 아시안에게 '부모님의 출신은 어디니?'라고 묻는 경우가 있거든? 그건 진짜 미친 짓이야."

그런 미친 짓을 실제 목격했다고.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보니 교육까지 주제가 넓어졌다. 호주에서는 한국과 달리 점수로 대학을 가는 것이 아니라고.

"면접도 봐야하고 논술도 해야하고. 할 것 많아."

특히 보는게 출석률. 이는 취업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단다. 점수가 아무리 높아도 출석률이 별로면 뽑지 않는다고. 이곳에서 출석률 관리는 대학입성의 첫 걸음이다.

"그래도 경쟁이 한국처럼 심하진 않지. 공교육은 무료고 나라 자체가 여유가 있으니."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얘기는 계속된다. 이 친구와 대화를 하다보면 호주에서의 시각이 많이 균형을 잡는다. 셰어문제도 마찬가지. 여기 사람들이 셰어생을 많이 받는 이유를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게 한다.

"셰어생들은 값싸고 시티에서 가까운 집을 찾잖아. 그런데 그럴수가 없어. 워낙 시티 집값이 비싸니까. 그렇다고 비싸게 놔두면 집이 팔리겠어? 여기서 전문적으로 셰어업을 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사람 수를 늘리는 거야. 그래야 셰어생들이 원하는 가격이 나오니까."

영주권 3개월만에 취득하는 방법(?)에서부터 교통사고 대박사건(?)까지.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졸음을 참아가며 대화를 한다. 이제 집에 갈 시간. 오늘은 일이 그나마 적은 날. 다행이다. 다시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향한다. 하루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와 함께 사그라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호주 81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