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남지 않은 데이터. 열어보고 싶지 않은 페이스북.
나는 페북 중독이다. 한국에서 데이터무제한을 썼다. 당연히 어떤 사이트든 자유롭게 넘나든다. 특히 페이스북.
페이스북을 보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의 지적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떨 때는 내가 놓치고 있던 사실을 알 때도 있고 모르고 있던 지식을 얻을 때도 있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시간이 날때 마다 틈틈히 확인하는 편. 그런데 최근에는 이를 못하고 있다. 데이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주에서 데이터는 돈을 주고 구매해야하는 물품이다. 통화나 문자는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심지어 국제전화도 몇몇 국가에 한해서는 무제한. 그러나 데이터는 다르다.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
지난 달에는 '더블데이' 이벤트 덕분에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40불에 8GB. 한 달에 60GB를 쓰던 때에 비하면 조족지혈. 그래도 저게 어딘가. 유튜브 안보고 페이스북만 해도 그럭저럭 살 수 있다. 문제는 지금. 6GB로 버텨야 한다.
현재 남은 데이터는 1.50 GB. 간당간당이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물론 웹툰도 끊었다. 카카오톡만 간신히 받아볼 뿐. 그나마 시드니라 다행이다. 와이파이가 도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몇 년 안됐다고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빠름에 대한 욕심이 없다. 얼마 전 읽은 칼럼이 생각난다. 선진국일수록 느리다고. 그런 일환일까.
호주에서 인터넷이 안된다고 느리다고 불만이 나오는 경우를 거의 못 봤다. 버스를 타고 가는 사람들 손에 책이 들려있다. 책이 없다면 신문이 있다. 아직도 신문이나 책을 전문으로 파는 곳이 시드니 도처에 있다. 그만큼 소비가 일어난다는 얘기다. 놀라운 건 각 도시마다 지역지가 있다는 것. 지역 소식을 취재해 매일 신문이 나온다. 맨리든 버우드든 센트럴이든. 어디에 있든 지역지는 하나씩 있다. 소비자 층이 많다는 얘기. 그런 점에서 이들이 얼마나 느림을 친구처럼 여기는지 알 수 있다.
느림이 익숙해지자 맘은 편하다. 페이스북은 여전히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조급하지 않다. 나도 SNS보다는 책을 가까이 둔다. 졸린 눈 비벼가며 한 자라도 더 보려고 한다. 호주에서 누릴 수 있는 느림의 여유니까. 피곤함과 맞바꾼 독서의 즐거움이랄까.
최근에는 페이스북을 보기 무섭다. 여혐이니 아니니 하는 논의들. 마음이 아픈 소식들. 절절한 외침. 공감이 결여된 사람들. 정치적으로 도덕적으로 올바르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혐오를 발산하는 모습들을 보면 역겨울 따름이다. 데이터를 핑계삼아 마음을 다스린다. 책을 꺼내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