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91일 차

차 유리를 수리했다. 보기 편해졌다.

by 백윤호

3일간 무섭도록 쫄았다. 경찰을 피해다녔다. 호주에서는 차 컨디션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그래서 최대한 경찰을 피해다녔다. 앞유리가 완전히 부서진 상태니까.

위기는 있었다. 오늘이 특히 그러했다. 좌회전을 하는데 보이는 경찰차. 다행히 휙 지나갔다. 범인을 체포하고 있던 경찰. 휙 지나갔다. 두 번의 위기를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10시 30분까지 수리하러 가야했다. 지난 주 토요일에 미리 예약을 했다. 유리창을 수리하는 것은 이곳에서 직접하지 않는다고 한다. 외부에서 사람이 온다고. 중국인들이 돌아다니면서 수리를 한단다. 그래서 되도록 시간을 맞춰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부리나케 샤워하고 10분 거리에 있는 카센터에 도착. 도착하자마자 중국인과 중동인이 들러붙는다. 수리가 시작된다.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쯤 걸릴거에요."

카센터 직원이 말했다. 아침을 먹기로 했다. 카센터는 홈부쉬에 위치해있다. 스트라스필드에서 조금 더 가면 나오는 동네. 예전에는 번창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도시가 죽어있다. 낡고 무너져 가는 건물이 곳곳에 보인다. 지난 번 예약을 위해 같이 왔던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이곳? 집값은 싸. 교통이 불편해서 그렇지."

트레인이 드문드문 있고 버스타기는 불편했다. 차가 없다면 이동하기 곤란할 정도. 부숴진 차나 건물이 보였다. 치안도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걸어 트레인역 근처로 갔다. 지난번 방문 때 얼핏 상가가 있던 것이 생각났다. 밥을 먹으려고 털레털레 걸었다. 사람은 보기 힘들다. 부서진 차, 물건들이 즐비하다. 뭐랄까. 영화에 나오는 골드러시 이후의 미국도시 같은 느낌이랄까. 햇빛이 강하다. 겨울이 다가온다지만 낮은 후덥지근하다. 등에 살짝 땀이 베어 나온다. 그나마 찾은 상가는 뭐랄까. 밥 먹을 곳은 없고 커피마실 곳만 있다고 할까. 겨우 케밥 집을 찾았다. 이것저것 시켰다.

밥을 먹고 다시 돌아간다. 1시간 30분이 훌쩍 지난다. 걷기만 30분을 넘게 한 것 같다. 차는 말끔히 고쳐져 있었다. 미리 준비했던 현금으로 계산한다. 300불. 예상보다 적게 들었다. 견적서를 잊지 않고 뽑았다. 혹시 모르니까. 운전대를 잡으니 마치 새 차를 탄 기분이다. 뿌옇게 보이던 전면이 환하게 보인다. 이제 경찰을 피해다닐 이유도 없다. 다시 안전하게 운전을 하면 된다.

긴 액땜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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