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92일 차

운동을 시작했다. 책을 들었다.

by 백윤호

미뤄뒀던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운동도 이전보다 더 전문적으로(그래봤자 유튜브 따라하기지만.) 시작했다. 일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 그동안은 시간을 쉬는 것에 몰두했다.

하루라도 운동을 안하면 잠에서 깰 때 바로 몸이 반응한다. 뭐랄까. 일어나기 더 힘들고 제 시간을 지키지 못한다고 할까. 십분이라도 더 자려는 처절한 뒤척임을 이겨내기 위한 체력. 그것을 기르기 위해 이것저것 하고 있다.

호주는 약이 좋다. 친구 말로는 호주에 약을 사기 위해 오는 사람이 있다고 할 정도. 그래도 구입한 종합 비타민제와 오메가3. 꽤 비싼 가격이지만 150일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합리적인 편. 그것을 먹기만 한다고 몸이 건강해지진 않는다. 그래서 운동을 한다. 헬스장을 사이트로 가지고 있지만 다닐 순 없다. 다음날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 약속이 있을수도 피곤해 일찍 잠을 잘수도 있다. 괜한 돈을 버리기 싫어 헬스장은 제꼈다. 남은 건 기구를 구입해 운동하는 것. 그래서 구입한게 밴드. 혹여나 한국에서도 할 수 있고 덤벨보다는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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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를 구입하고 밥을 먹었다. 하루에서 제일 고민되는 건 메뉴다. 무얼 먹을지. 햄버거를 먹을까하다 밥이 먹고 싶어 중국식당을 찾았다. 고들고들한 동남아쌀. 그래도 밥이 어딘가. 꽤 괜찮은 맛이다. 여기에 포크 번을 곁들었다.

체력이 좀 남으니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이전에는 일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다른 것을 둘러볼 여유가 생긴 것. 가장 시급한 건 독서. 장강명의 댓글부대를 3주가 넘게 붙잡고 있었으니. 가벼운 소설이 그정도면 지금 보고 있는 책은 얼마나 걸릴 것인가. 까마득하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읽을 수 밖에. 여기에 영어까지 곁들이고 있다. 욕심을 내면 R도 같이 독학하고 싶지만 그건 말그대로 욕심. 틈틈이 하는 수 밖에.

호주가 적응되니 새롭게 보이던 것들도 그저 무관심해진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그말이 맞긴 맞는 듯. 외국문화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요새 느낀다. 한국이었다면 머리로만 이해되던 것들이 마음으로도 이해된다고 할까. 가장 크게 와닿는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 외국인에 의한 범죄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동네에서 '아시아인'으로 돌아다닌다는게 얼마나 큰 위험인지. 그나마 살던 동네가 부촌이거나 중국인이 어마무시하게 많아서 다행이다. 시티를 돌아다니다보면 가끔 시비를 걸어오는 애들이 많은데 그때마다 식겁. 여자든 남자든 외국인이 두려워진다. 특히 밤이되면 홈리스들이 가장 무서운 존재. 이런 상태에서 살아간다는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닌 듯 하다. 그나마 무관심한 사람이니 그렇지.

공부와 운동. 이 두가지가 없다면 사실 살기 쉽지 않다. 외롭다. 청소를 하다가도 문득 그 생각이 든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려워진 만큼 그나마 있는 사람들이 소중하다고 할까. 이래저래 같은 라이프타임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얘기하고 싶지만. 잘 안된다. 쩝.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