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00일 차

3자리를 넘겼다. 손님이 왔다.

by 백윤호

호주에 온지 100일이 됐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100일. 이제 목표에 3분지 1가량 넘었다.

처음 호주에 왔을 때는 모든게 신기했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문화를 보는 즐거움. 친구와의 대화. 소비의 기쁨.(자본주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쁨들이 함께 했었다면 시간이 갈수록 일상과 무료함에 찌들어갔다. 이러던 중 100일이 된 것은 그만큼 의미가 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하나씩 각자의 영역을 파가는 것을 지켜보며 나홀로 멈춰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마치 급여 잘 주는 군대에 온 느낌이랄까. 물론 그것만큼은 아니지만 낯선 문화에서 홀로 서 있다는 것이 그러했다. 하나라도 더 배워가야된다는 심정으로 묻고 부딪치고. 이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랴. 그런 점에서 100일은 의미가 크다. 기념방송도 했으니까. 앞으로 남은 기간 잘 보냈으면 좋겠다.

케언즈에서 손님이 왔다. 다음 날 시드니에서 한국으로의 출국을 위해 잠시 들린 것. 멀리서 온 손님을 위해 간만에 시간을 냈다. 국내선 공항으로 마중도 나가고. 버우드가 교통이 편리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트레인을 간만에 탔는데 일종의 직행이 있었다. 3정거장 만에 도착한 센트럴. 트레인 하나 갈아타니 공항까지 30분 걸린다. 물론 요금은 어마어마하다. 17불... 손님을 픽업해 시티로 갔다. 그녀는 스테이크가 질린다고 말했다.

"케언즈에서 스테이크만 먹었어요."

그래서 생선초밥집을 찾았다. 예전에 한 번 갔던 회전초밥집. 이번에 가니 가격이 조금 올랐다. 그때는 얼마가 나올지 몰라 조마조마하며 먹었는데 이번에는 딱히 고민없이. 예전과는 달리 종이가 아니라 아이패드로 주문을 받고 있었다. 일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집이라 맛도 깔끔하고 정갈하다. 호주에서 회전초밥집을 처음 본 그녀는 눈이 빛난다. 그리고 그날 90불을 먹었다.

잠시 집에 도착해 짐을 놔두고 로즈로 향했다. 시드니에서 보여줄 것들은 많지만 멀지 않은 곳으로 가야 했다. 곧 일을 가야했기 때문. 그래서 물과 도시가 공존하는 가장 가까운 로즈로 가자고 했다. 로즈는 우리나라의 상암이다. 쓰레기 매립지를 도시로 개발한 곳이기 때문. 로즈 근처에는 강을 끼고 달릴 수 있는 산책코스가 많다. 그 중 한 곳을 보여줬다. 조깅하는 사람들, 산책하는 커플들. 이래저래 로즈는 낭만이 넘쳤다.

다시 일을 하러 나갔다. 무료한 일상에 손님이 찾아왔다. 100일. 잘 보냈다.

매거진의 이전글호주 99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