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01일 차

든 자리는 티가 안나도 난 자리는 티 난다.

by 백윤호

정신없이 잤다. 무리를 했다. 어제 하루를 위해 잠을 덜 잤더니 생긴 결과.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다.

가장 안 좋은 점은 마음이 허하다는 것. 사람이 들었다 나갔다. 그리 큰 연이 있던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타국에서 사람을 만난다는 점이 좋았다. 갑자기 일상으로 돌아가려 하니 마음이 그리 좋지 않다.

일을 하다보면 가장 고픈 건 사람이다. 사람이 많은 일에서 홀로 일하는 것으로 바뀌니 적응이 쉽지 않다. 아니 몸은 적응 되더라도 마음은 그닥이다. 마구 마음 속 얘기를 쏟아내거나 말을 할 시간이 적다. 내가 내 입으로 말을 하는게 하루에 얼마나 될까. 혼잣말을 하는게 아니라면 거의 없다.

새벽에 일을 하다보니 통화를 자주 할 수 없다. 그래도 초기에는 한국에 전화를 했는데 이젠 그것도 하기 힘들다. 너무 일찍 일이 끝나거나 밤 늦게 일어나는 것도 원인 중 하나. 그저 감내하고 인내하는 수 밖에. 달리 방안이 없다.

잠시 눈을 뜬다. 몸은 정직하다. 먹은게 없으니 먹어줘야 한다. 이것저것 사러 쇼핑센터로 간다. 집에서 편하게 먹기 위해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산다. 사과도 다 먹었으니 하나 사고. 별다를 것 없는 일상. 다시 쳇바퀴는 돌아가겠지.

하루의 가장 큰 고민이 시간에 쫓기는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침에 무얼 먹어야할지 고민하는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101일. 막연한 허무함에 몸이 젖는다. 다시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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