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02일 차

나에게 너그러운게 사람 심성인가보다.

by 백윤호

하루 고민이 밥으로 치환된지 2달이 넘었다. 어제는 피곤에 절어 살았다. 정신없이 잠을 자는게 일과. 겨우겨우 글을 마무리하고 다시 잤다. 수,목은 1주일 중 가장 일이 몰려 있는 날. 이 날은 긴장이 그만큼 된다.

벌금 고지서가 날아올 듯 하다. 출근할 때 가속페달을 좀 밟았더니... 뒤에서 번쩍번쩍. 호주에서는 카메라를 두 번 찍는다고. 레지도 바꾼 상태라 날아올 고지서를 기다려야 한다. 며칠 째 소나기가 내리더니 시티로 진입하면서는 아예 쏟아졌다. 눅눅한 옷들을 입고 출근한다. 기분이 썩 좋진 않다.

일을 하다보면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이젠 일에 익숙해져서 시간 조절이 가능하다. 어느 곳에서는 좀 더 빨리, 세심히 조절한다. 덕분에 크게 늦지 않으면 오버타임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오늘 오버타임을 했다.

마지막 사이트는 타이인과 함께 일한다. 굉장히 착하고 순한 친구. 그런데 이 친구가 열쇠를 안에 넣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이 건물은 문이 자동으로 잠긴다. 결국 이 건물의 매니저가 올 때까지 꼼짝없이 기다려야 했다. 나도 이런 실수를 한 적이 있어 미안하다는 그에게 괜찮다고 웃어줬다.

'나도 그런 적이 있는데 뭐.'

한 시간을 기다리자 매니저가 온다. 급하게 들어가 청솔 한다. 그런데 매니저 왈

"오늘 10시에 예약돼 있어."

시계를 보니 8시 30분. 1시간 30분 내로 일을 마쳐야 한다. 그때부터 바빠진다. 정신없이 뛰어 다닌다. 베큠을 메고 1,2층을 돌아다닌다. 그때 스멀스멀 생각이 기어오른다.

'아, 왜 키를 안가지고 다녀가지고.'

'아, 왜 저것부터 하는거야.'

얼굴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뚱한 표정이었을 것이다. 그에게 말했다.

"일단 이것부터 하자. 부탁해."

말은 부탁이지만 튀어나오는 목소리는 짜증이 섞여 있다. 그는 슬쩍 눈치를 보며 알았다고 한다. 정신없이 청소를 했다. 그리고 겨우겨우 시간을 맞췄다.

문득 같은 실수를 했을 때 타인이 나를 보던게 생각났다. 나는 이런 일에 굉장히 미안해한다. 아니 미안해해야 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그 일 때문에 이래저래 부탁 아닌 부탁을 한다면 기분이 좋았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분명 같은 실수를 했었음에도 화가 슬금슬금 치밀어 올랐다.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을 오버했다. 게다가 한 군데를 체크하고 가야했다. 그래도 나는 그렇게 부탁 아닌 부탁을 해선 안됐다. 그것은 온전히 짜증에서 비롯된 것이었기 때문에.

요새 들어 나란 사람의 극한을 보고 있다. 이 경험은 굉장히 소중하다. 어디서도 못 느껴볼 것이니까. 만약 내가 극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한다면 오늘의 경험이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나를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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