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가 출동했다. 그들은 거침없었다.
호주에 와서 가장 많이 들은 소리 중 하나는 이거다.
"엠뷸런스 500불, 소방차 1000불 줘야 돼요. 조심해요."
처음 살았던 집은 화재경보기가 고장나 있었다. 샤워라도 하고 나오면 바로 화재경보기가 울렸는데 그때마다 들었던 소리다. 호주에서 화재출동이 개인과실일 경우 그렇게 문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소방차 출동을 목격했다.
시드니에 비가 쏟아내린다. 이번 주 내내 날씨는 갤 생각을 안한다. 비는 무심할 정도로 내린다. 호주에 와서 가장 많이 비가 온 날인 듯 했다. 운전이 어려울 정도로 비가 내렸다. 겨우 차를 몰아 마지막 사이트로 갔다. 이곳만 끝나면 오늘 하루가 끝난다. 이래저래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갑자기 벨이 울렸다.
"따르르르릉"
처음에는 경보시스템을 안 끈줄 알았다. 타이친구를 부른다.
"쿤!"
경보시스템을 다시 껐다켜도 벨이 울린다. 뭘까. 당황스러운 느낌. 사장에게 전화를 건다.
"화재경보기 같은데. 소방차 올거야. 밖에 나와있어."
전화가 끝나자마자 소방차가 도착했다. 5분이나 걸렸을까. 소방차는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빗길을 헤쳐왔다. 육중한 몸과는 달리 날렵했다. 그에게는 오로지 불을 꺼야된다는 목표만이 보였다. 역주행이든 뭐든 차를 일단 세웠다. 그리고 소방차에서 소방관이 내렸다.
"Are you ok?"
소방관은 우리를 보자마자 안부를 묻는다. 건물을 흘끗 보더니 이내 안심하는 표정이다. 화재는 아니니까. 문을 열고 들어가 화재점검을 했다. 화재경보기가 있는 곳을 꼼꼼히 살핀다. 역시나. 화재위험은 없었다. 단순히 비가 너무 많이 내려 합선이 일어난 것 같단다. 그들은 경보기를 원 상태로 돌리고 유유히 사라졌다.
안심이다. 그들은 5분 내 출동이라는 명제를 잘 지켰다. 화재경보기 관리도 그들이 직접 하는 듯 하다. 화재경보기를 조작할 수 있는 계기판 열쇠를 그들이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혹시나 모르는 화재 위험을 체크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할까. 어찌보면 장난전화에 높은 벌금을 메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이 잠시 지체하는 시간만큼 다른 생명이 꺼져갈 수도 있으니까.
소방차가 오는 모습도 신기했다. 사이렌이 멀리서 울리자 모든 차들이 서행으로 움직였다. 심지어 반대쪽 차선에서 오던 차들도 일단 정지. 소방차는 유유히 역주행으로 주차할 수 있었다. 화재를 막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사소한 규칙은 잠시 접어둔다고 할까. 그들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최소한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 듯 했다.
다행히 우리 잘못이 아니라 출동비용을 물진 않았다. 비가 억수로 쏟아진 날의 헤프닝. 그래도 색다른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