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09일 차

피쉬마켓을 갔다. 시간이 휘리릭 지나갔다.

by 백윤호

하루 일과를 마친다. 매번 같은 일. 지겨움이 밀려온다. 물론 이 지겨움이 감사하기도 하다. 그만큼 '유리창'이 안전하다는 것이니까.

금요일은 특별하다. 친구를 만나는 날이다. 친구는 택배를 받아야 한다며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곳에서 택배는 받아야 한다. 못 받으면? 찾으러 가야지.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

잠시 비는 시간을 이용해 머리를 자르러 갔다. 시드니에서 만난 친구는 셰어마스터 자랑을 했다.

"우리 셰어 마스터가 미용사인데 정말 잘 잘라."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그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위치는 스트라스필드. 차를 타고 10여분 거리다. 그러나... 위치를 모른다. 그저 기억나는 건 커먼웰스 근처. 결국 가장 가까운 곳에서 머리를 잘랐다.

머리를 자르고 로즈로 향한다. 혼자 지내는 날이 많은 호주에서 친구를 보는 일은 꽤 즐거운 일이다. 사람을 만나는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란 것을 다시 느끼고 있다. 이곳에서 어려운게 한국에서는 쉬웠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래서 다른 문화를 경험한다는게 중요한 듯 싶다.

한참 전화를 안 받던 친구가 종종걸음으로 나온다. 과제 때문에 잠을 못 잤다고. 차를 타고 무작정 달린다. 목적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차에 몸을 맡겼다고 할까. 한참을 달리던 우리. 친구가 불현듯 간판을 쳐다보며 말했다.

"너 피쉬마켓 안가봤지?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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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쉬마켓은 우리나라의 노량진 수산시장 같은 곳이다. 각종 해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안은 중국인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중국인들이 정말 많다.

"원래 이렇게 중국인이 많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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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먹을 걸 샀다. 장어, 사시미 모둠, 게 튀김 등등. 가격 대비 맛은 좋다. 새들과 함께 먹는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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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에게 위협해도 벌금이야."

순수한(?) 눈으로 다가오는 새에게 손짓을 하려하자 친구가 나지막히 말한다.

"이곳은 다 좋은데 새들 때문에."

한 관광객이 남기고 간 음식으로 새들이 늑달같이 달려든다. 조금은 무섭다.

시간이 휘리릭 지나갔다. 이런저런 밀린 얘길 듣는다. 이 시간이 소중하다. 어디가서 할 수 없고 궁금했던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 의외로 이 친구와 나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게 많았다. 한국에서 지냈던 나의 이야기가 그에게는 모르던 얘기였다. 아직도 할 얘기가 많이 있다니. 물리적 거리만큼 서로의 이야기 거리가 생긴 듯 싶다.

다시 잠을 청한다. 내일은 간만에 약속이 잡혔다. 지루함보다는 설렘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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