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잤다. 스스로에게 신기했다.
가끔 불안한 걱정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때론 그 일이 현실이 된다. 오늘이 그러했다.
휴대폰 배터리를 자기 전에 충전하는 버릇이 있다. 보통 보조 배터리를 이용한다. 콘센트는 다른 배터리를 동시에 충전하기 때문. 청소일을 하다보니 하루에 배터리를 2,3번 간다. 완충은 필수사항. 이렇게 해놔도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보조배터리가 방전돼서 휴대폰이 꺼지면 어떻게 하지?'
잘 안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면 큰일이다. 알람이며 뭐며. 최악의 경우 다음날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나는 1시 30분에 깼다.
정신이 번뜩인다. 먹통인 스마트폰. 시계를 보니 1시 30분. 본래 12시 30분에는 출근해야 한다. 부리나케 준비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해야할 일이 하나 늘어있다.
'오피스 들려서 가비지 빈 좀 바꾸고 가.'
매정한 문자는 가장 급할 때 일을 준다.
급하게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우선 처리해야 할 일부터 처리한다. 오피스가 먼저다. 쓰레기를 가져간다고 했으니까. 어느 때 보다 빠르다. 그리고 다시 각 사이트를 돈다. 내 스스로가 감탄할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 평소 버벅이던 곳도 급하다는 의지로 뚫어낸다. 2시간이 걸리는 곳을 1시간 만에 끝내는 기적을 행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스스로의 위기관리 능력에 감탄하고 있다. 급한 불을 끄고 다시 평온한 일상. 십년 감수 했다. 그간 밀려있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커피를 연거푸 마시니 좀 살 것 같다.
오늘은 친구와 점심 약속을 잡았다. 24일이면 떠나는 그. 가기 전에 이래저래 자주 보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자주 보기 힘들었는데 호주에서 떨어지려 하니 마음이 휑하다. 요즘 들어 더욱 떨어진다는 것에 가슴이 짠하다. 그의 집으로 갔다. 그는 차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이거 파는 차인데 오늘 보러 온다고 해서."
차분히 갈 준비를 하는 그. 직접 눈으로 갈 준비하는 것을 확인하니 가슴이 짠하다.
점심은 채스우드에서 먹기로 했다. 꽤 괜찮은 스시트레인 집이 있다고 해 그곳으로 향했다. 이것저것 먹는다. 참치뱃살, 장어 등등. 가짓수가 시티에 있는 곳보다 더 많았다. 가격은 꽤 비싼 편이었지만 다양한 종류에 만족.
한껏 배부르게 먹고 커피 한 잔한다. 오페라하우스가 보인다. 곳곳에 누워있는 사람들. 따뜻한 햇살. 아이와 노는 가족. 이 일상이 좋다. 외로움이 밀려오는 오늘. 일상의 즐거움을 잠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