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11일 차

친구는 요리를 하고 나는 글을 쓴다.

by 백윤호

연휴가 시작됐다. 영국여왕의 생일이라 월요일 날 쉰다고. 물론 청소일을 하는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 그래도 여유가 생긴다. 오피스가 휴일이기 때문. 그곳 청소를 조금 늦게 들어가도 된다.

호주는 영국연방국 중 하나다. 법률상으로는 영국여왕이 국가원수이기도 하다. 총리가 실질적인 통치를 하고 있지만 영국여왕이 명목상 국가원수인 것. 덕택에 영국여왕 생일이 국경일이 된다. 독특한 점은 '대체 휴일'이 이뤄진다는 것. 원래 영국여왕 생일은 수요일인데 월요일로 옮겨진 것이란다.

"여기는 연휴처럼 쉴 수 있게 휴일을 옮겨줘."

친구가 부른다. 밥을 먹잔다. 곧 퍼스로 이사를 가는 그. 그의 집으로 향한다. 굳이 집을 들리지 않기 위해 옷가지를 챙겼다. 20분. 도착해서 샤워를 하고 기다린다. 요리는 그가 한다.

오늘의 요리는 멕시코요리. 타코를 해준단다. 이래저래 휙휙 음식을 한다. 나에게는 머나먼 음식. 스시바 이후로는 요리와는 연을 끊기로 했다. 그래서 부럽다. 능수능란하게 요리를 하는 걸 보면.

커피와 함께 아침을 먹는다. 나른한 오전. 따뜻한 햇살. 맛있는 음식. 여유롭다. 간만에 느껴보는 여유. 매번 중국음식을 먹다가 다른 나라의 음식을 먹으니 색다르다. 그것도 직접 만들어준 요리.

밥을 먹고 차를 보러 간다. 이사를 가기 위해 차를 판다고.

"어제 인스펙션 하러 왔는데 소리가 난다던데."

한번 봐달라고 해 직접 운전을 했다.

"야. 조심해."

호들갑이다. 어제 하도 운전이 무서웠다고 한다. 인스펙션을 한다며 운전을 하는데 왼쪽으로 너무 붙어서 갔다고.

"나 그렇게 운전 못하지 않거든."

슥 돈다. 이상은 크게 없다. 살짝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렇다고 미션이니 서스펜션이니 하는 문제는 아닌 듯 하다.

"카센터 가봐. 근데 크게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잘 안들리는 소리. 혹시 모르니 가보라고 권한다.

다시 집. 티비를 보며 오전을 즐기고 있다.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은 이 나른함을 즐기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