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12일 차

여왕폐하의 생일로 휴일이 시작됐다. 마사지를 받았다.

by 백윤호

여왕폐하의 생일이다. 뭐. 정확히는 대체 휴일의 개념. 이곳은 웬만하면 휴일을 길게 잡아주려 한다고.

며칠 노스시드니를 왔다갔다 하다보니 잠이 부족해 졌다. 가끔 한계가 온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날이 오늘이다. 그래도 잠으로만 시간을 다 보낼 수는 없는 법. 눈여겨 봐뒀던 마사지숍을 가보기로 한다.

생일 혜택을 좀 받는다. 일이 하나 줄었다. 다른 날 보다 빨리 끝났다. 집으로 돌아와 운동과 샤워를 한다. 지금 가장 큰 목표는 휴식. 잠을 자고 싶다. 기력이 떨어질 때마다 가는 중국요리집이 있다. 고기국수가 일품인 곳. 잠시간의 웨이팅. 들어간다. 사람이 많은 곳이라 테이블을 쉐어해서 써야 한다. 고기국수와 고기요리를 시켰다. 고기국수는 정말 주문하자마자 나온다. 후루룩 먹는다. 고기요리가 나왔다. 슬라이스된 고기. 소스가 너무 강하다. 시큼하고 입맛에 맞지 않는다. 소스없이 겨우 다 먹었다.

마사지숍은 집으로 가는 길에 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다. 처음에는 망설였다. 처음 해보는 마사지. 좋다고는 하는데 잘 받을 수 있을지 의문. 그래도 한번 해보자고 들어간다. 안은 어두침침하다. 마사지 종류는 생각보다 많았다. 그 중 전통 마사지를 선택했다. 방으로 안내한다. 커튼을 치고 옷을 벗으라고 말한다. 속옷은 남기라고. 슥슥 옷을 벗고 얇은 바지로 갈아입었다. 수건을 덮고 누워 있으니 마사지사가 온다. 본격적인 마사지 시작.

아래에서 위로 올라온다. 발꿈치, 무릎 등. 몸 곳곳을 사용해 마사지를 한다. 전체적으로 하다가 세세히 주무른다. 처음에는 약간 아팠다. 그리고 이내 졸음이 몰려온다. 긴장이 풀어진다. 입에서 침이 나올 뻔했다. 그만큼 나른해졌다. 시간이 헤롱헤롱 지났다. 어느새 1시간. 옷을 다시 갈아입었다. 밖으로 나오니 차가 준비돼 있다.

'후루룩'

미지근한 차를 마셨다. 이렇게 49불. 꽤 적당한 가격이다. 가끔 피곤이 몰려올 때 한 번 받을 만 할 듯 싶다.

남들이 쉴 때 일을 한다는 것은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래도 목표가 있다. 이것이 없었다면 지금을 버틸 수 있었을까. 최근에 한국에서 한 걸음씩 앞서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움 반, 설렘 반이다. 지금은 내 목표를 이뤄야할 때다. 다시 일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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