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늦게 끝났다. 한국과의 통화는 즐거웠다.
토요일. 어느때 같으면 여유로웠을 시간. 그러나 이번주부터는 다르다. 스케줄이 꼬인다. 쓰레기통을 비워가는 시간이 달라졌기 때문. 여유로웠던 토요일이 바쁜 하루가 됐다. 간단한 사실이 바뀌었을 뿐인데 시간은 쫓긴다. 사소한 것 하나가 전체를 흔들고 있다. 이래저래 깨달음만 늘어가는 기분. 그래도 곧 취재를 앞두고 있다. 미룰 순 없다.
주말의 시드니는 광란의 밤이다. 술집은 술을 마시는 남녀노소로 넘친다. 각자 무언가에 취해있다. 흥이든 술이든 분위기든. 그 속에서 홀로 흑백의 사진처럼 일을 하고 있다. 깜깜한 밤은 흑백을 잘 가려준다. 시드니란 거대한 도시 속에서 나는 하나의 부속품이다. 문득 유토피아의 '외국인'이 된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고되고 힘든 일을 맡는 내가 있어 시드니가 가진 빛은 더욱 찬란해 진다. 그 빛이 더욱 빛날수록 어둠은 짙어지겠지.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렇게 빛나는 날은 어둠이 더욱 힘들다. 바 청소가 그러하다. 학교에서 열린 파티. 또래는 마음껏 놀았고 나는 그것을 치운다. 자괴감까진 아니더라도 씁쓸하다. 퇴근 시간이 길어진다. 겨우겨우 '빅 클린'을 마치고 다음 사이트로 넘어간다. 이런 나를 위로해주는 건 푸짐한 먹거리. 한 끼 제대로 먹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 아니 풀릴 수 있다. 이것이라도 없으면 그저 잠과 일. 두 가지 밖에 안할지도 모르니까.
적적한 시간에 한국으로 전화를 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좋은 얘기부터 불쾌한 것 까지. 현재 시사부터 개인사까지. 모든 것은 얘기 꺼리가 된다. 야구도 연예인도 그저 적적함을 달래는 도구일뿐. 한국과의 통화는 현재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최고의 아드레날린이다.
목표를 다시 상기한다. 기자가 된 또래에게 쓰는 페이스북 포스팅이 눈에 띈다. 마음이 흔들린다. 내가 가고 있는 이것이 맞는지.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공부에 매진해야 되는 건 아닌지. 아니 이 경험이 나에게 어떤 선택지를 가져다 줄 것인지. 어느때보다 불안하고 염려된다. 그리고 고민된다. 그러나 상기한다. 지금은 목표에 신경써야 할 때. 목표조차 이루지 못하면 그 다음을 바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