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19일 차

"킴영삼?" 인도인은 대통령을 불렀다.

by 백윤호

외국인을 만나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무엇일까? 바로 출생지를 묻는 것. 특히 아시아인에게 묻는 것은 더더욱 실례다.

"아시아인이라고 해도 호주에서 태어난 '오지인'일 수 있잖아. 물어보는 것 자체가 실례지."

3년째 유학하고 있는 친구는 조심해야할 점을 당부해주며 말했다. 워낙 이민자들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아시안이더라도 출생지는 안 물어본다고. 물론 아시안은 꼭 출생지를 물어보긴 한다고 한다.

"그래도 아시아에서는 '어디서 태어났니?'가 실례는 아니니까. 그럴 때는 조크로 잘못한 걸 알려주지."

일을 할 떄마다 꼭 들러서 커피를 사는 주유소가 있다. 24시간 영업하는 곳이 많은 편이 아니라 주유소 마트를 이용하는 편. 본다이비치로 가는 길목에 있는 콜스는 내가 꼭 들러서 커피를 사는 곳이다. 가장 저렴하고 맛도 괜찮기 때문. 여기서 일하는 인도인이 있다. 출생지를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 근방 사람인 것은 확실하다. 매번 비슷한 시간대에 방문하다보니 제법 정(?)이 든 상태. 그런 그가 어느날 내 출신지를 조심스레 물었다.

"from china?"

동아시아 사람이 중국 출신이 많다보니 이렇게 물어보는 것 같다.

"no south korea."

난 내 출생지를 밝힐 때 남한임을 꼭 명시한다. 안그러면 '북한이니?'란 질문이 되돌아오니까. 그런데 그의 반응은 의외였다.

"킴영삼?"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자 그가 말했다.

"너네 대통령."

"박근혜?" 아니다.

"이명박?" 누구냐는 표정이다.

"노무현?" 알리가 없다.

"김영삼?" 그가 웃는다. 어떻게 해서 그는 김영삼을 알게 된 것일까. 시간이 급해 궁금증을 뒤로 했지만 다음번 만남 때는 물어보기로. 호주에서 김영삼의 이름을 듣다니.

삼각대를 구입했다. 이제 촬영만 남았다.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에서 취재요청이 들어왔다. 덕분에 이번주 일요일에 그곳을 가기로 했다. 8월 6일에 윤미향 대표와 이재명 시장이 직접 시드니로 방문한다고 한다. 어찌보면 투잡이 된 듯. 그래도 피곤한 것 보다는 설렘이 가득하다. 같은 일을 해도 이건 정말 돈이 안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하고 싶어지는 것을 보면 나도 참 대단하다. 취재가 얼마 안남았다. 준비를 잘 해야지. 이제 다시 책을 붙잡는다. 읽을 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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