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패널티를 물었다. 운이 사납다.
일주일 중 가장 일이 많은 날이 시작됐다. 오늘 내일은 4개 사이트를 돌아야한다.
희한하게 오늘은 운이 사납다. 첫번째 사이트는 쓰레기통을 비워가지 않아 온갖 쓰레기를 쌓아뒀다. 청소하면서 처음으로 '인변'을 봤다. 그것도 나가는 문에 덩그러니. 이래저래 치웠지만 굵디굵은 이 인변이 어떻게 몸 안에서 나왔는지가 더 신기하다.
손이 가는 일이 많다. 더더욱 일이 더디다.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힘을 낸다. 이런 날에는 생각없이 몸에 맡긴다. 익숙한 일을 아무런 생각없이 하는 것. 이것도 하루를 무난하게 보내는 방법이다. 어찌보면 군생활을 '빠르게'보내는 노하우와도 같다. '생각없이'란 마법은 시간을 사라지게 하니까.
그러다 여유가 생기면 생각은 퍼득 제자리를 찾는다. 이 시간동안 말을 누군가에게 해본 적이 없다. 오늘 하루가 특히 그러하다. 내가 굳이 말할 사람을 찾아가거나 전화를 걸지 않으면 입이 움직이는 경우가 없다. 이럴 경우 말은 켜켜히 목구멍에 쌓인다. 한번 뚫리면 토악질 하듯 쏟아진다. 이것이 습관이 되진 않을까 두렵다.
청소를 정신없이 하고 차로 돌아왔다. 그때 내 시야에 눈에 익지 않은 것이 보인다. 영수증. 패널티다. 그러니까 벌금. 알고보니 내가 매일 차를 대던 곳이 30분만 댈 수 있게 허가된 곳이었던 것. 한번도 이런 적이 없어 다분히 당황했다. 2개월만에 처음 받은 주차시간 패널티. 호주는 각 거리에 '차를 세울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거리에 따라서는 30분, 1시간 등등. 다양하다. 그런데 이 거리는 체커가 잘 오지 않는 곳인데 이번이 처음이다. 운이 사납다.
"3시까지 갈께."
내일 퍼스로 출발하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팔리지 않은 차를 대신 맡아달라며 겸사겸사 남는 물건들을 준단다. 이 친구가 가면 시드니에 얼굴 마주보며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준다. 감각이 둔한 내가 아쉬움을 느낀다. 동네 친구가 떠나서 그런건가 시드니에 아는 사람이 적어서 그런건가. 운이 사납다.
이래저래 지루하고 안전하며 무난하고 무료한 날이다. 꾹꾹 휴대폰을 눌러 패널티를 낸다. 사나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