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34일 차

늘어지게 있었다. 꼼짝도 하기 싫었다.

by 백윤호

다른 생각이 안난다. 침대 위에서 그저 누워만 있다. 일을 마치고 온 하루. 오늘은 왠지 늘어지고 싶었다.

쫓기는 기분을 멀리하고 여유를 갖고 싶었다. 무언가 해야만한다는 생각보다는 하루쯤 길게 보내고 싶었다. 큰 체력을 소모하는 걱정이나 노동보다는 말이다. 먹고 싶은 햄버거를 사고 침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오늘의 하루다.

문득 하루종일 책을 읽든, 글을 쓰든 하려는 내 모습이 불쌍해보였다. 이곳에 와서 느는건 거의 없다 .친구도, 경험도 그저 노동의 그것이다. 좋은 것이지만 호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건 아니다. 여유를 찾고 싶어졌다.

그래서 늘어지기로 했다. 아무 생각없이 드라마를 다운받아 본다. 입으로 이것저것 가져가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오늘 게으른 하루를 보내려고 한다. 그리고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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